[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정부안을 50~60%로 공개했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환경단체와 산업계 모두 넓은 범위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최대 10%까지 달라지는 정부 계획…“실현 가능성에 무게”

기후부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035 NDC를 결정하기 위한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가지 정부안을 발표했다. 1안은 2035년까지 2018년에 배출된 온실가스(7억 4230만t)의 50% 수준(3억 7120만t)으로, 2안은 53%(3억 4890만t)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기후부는 목표 상한선으로 60%(2억 9690만t)도 함께 제시했다. 향후 10년간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가 7430만t까지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정부안에 대해 김성환 장관은 상반된 의견 속에서 균형점을 찾은 결과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시민사회는 전 지구적인 책임과 미래세대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면서 최소 61% 이상, 의욕적으로는 65%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했지만 산업계는 48% 감축도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그 결과 (정부안을) 단일한 목표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1·2안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목표 수준”이라고 설명한데 이어 상한선에 대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 혁신, 산업 구조의 전환을 전제로 한 목표”라고 첨언했다.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함께 언급했다. 전력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력화 △공공기관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추진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 개편 등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을 제시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산업구조의 조정과 전환에 필요한 지원이, 건물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난방체계 전환과 건물 에너지 소비 효율 개선이 대안으로 나왔다.

특히 수송 분야와 관련해 김 장관은 “2030년까지 신차 기준 40%, 2035년까지는 신차의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해 나가겠다”며 “충전 인프라의 질적 향상과 전기·수소차의 사후 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내연차를 전기·수소차로 바꾸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NDC는 각국이 5년마다 수립하는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우리나라는 2035 NDC를 이달 10~21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제출할 예정이다. 기후부는 지난 9월부터 산업계와 정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6회에 걸쳐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후보 시나리오는 △48%(산업계 요구 반영) △53%(2018~2050년 연평균 선형 경로) △61%(국제사회 권고안) △65%(시민사회 권고안)로 총 4개이다.

◇환경계와 산업계 모두 불만족…NDC, 정부 논의 거쳐 최종 확정

공청회장에서는 NDC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전문가 토론이 시작되기 전 ‘2035 NDC 65%’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정부안 상향을 촉구했다.

공청회 토론에서 최창민 플랜1.5 변호사는 “2035 NDC 정부안은 헌법재판소가 우려한 위헌적 상황이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헌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공인한 1.5도 전 지구적 감축 경로를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국제기준으로 언급했다”면서 “53%와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시된 정부안은 여기에 전혀 근거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반면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48%도 산업계의 감축 여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50~60% 감축 목표는 어떤 기술로 어떻게 감축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로와 수단이 명료하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 철강업계의 실질적인 여력을 초과하는 목표가 설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과 정부 내 논의를 토대로 다음주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를 거쳐 하한 단일안을 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