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만성통증에서 벗어나려면 턱관절 바로 잡아야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전 10:10

홍은빈 영동한의원 진료부원장
[홍은빈 영동한의원 진료부원장] 의료 현장 특히, 로컬 현장에서 만성통증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한가지 공통된 장면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치료라기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져 결국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료를 졸업학기보다는 끌어안고 살게 된다. 특히, 난치성으로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 환자분들은 수년간 다양한 치료를 받고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채 통증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사례들을 보며, 의료인으로 좀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이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환자들을 치료하고자 다양한 접근법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중 임상적으로 가장 폭넓은 난치 영역에 효과를 보인 치료가 바로 TBT였다.

놀라운 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턱관절의 불균형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TBT 치료를 위해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한 달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체류하며 매일 치료받는 환자들도 있다. 특히, 천안의 한 한의원에는 보행이 어려운 디스토니아(dystonia) 환자, 말이 나오지 않는 신경질환 환자, 눈이 자꾸 감기는 환자 등 난치로 여러 병원을 헤매다가 고통받던 외국인들이 꾸준히 내원하고 있다.

이 치료의 핵심은 턱관절의 균형의 회복이었다. 처음엔 이 작은 관절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턱관절은 인체 구조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위임을 깨닫게 된다.

저서 이영준 박사의 ’턱관절의 비밀’에 따르면 턱관절은 단순히 음식을 씹는 관절이 아니라, 인체 구조 밸런스의 시작점이다. 저작·발음·연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관절로, 작은 공간 안에서 회전과 활주 운동이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작지만 큰 영향력을 끼치는 관절이다 그러므로 미세한 불균형이 생기면 상부경추의 정렬이 흐트러지고, 이는 전신의 구조적 비대칭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즉 기혈이 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통증이 생긴다고 보았다. 이 뿐만 아니라 한의학에서는 균형을 중요시 여기는데, 잘 자고 잘 먹고를 기본하여 이 균형들이 깨지면서 삶의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원리는 현대에서도 항상성과 스트레스 반응 등으로 설명되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턱관절 하나가 여러 통증과 신경질환을 유발한다는 해석은 과도한 것 아닌가? 라는 회의가 들 수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공부를 이어갈수록 환자들을 마주하는 경험이 늘수록 그 연결은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해부학과 신경학으로 뒷받침된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턱관절 균형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턱관절은 인체 기혈의 상부 게이트로, 이 부위가 막히면 경락의 흐름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의학적으로도 턱관절에는 삼차신경을 비롯한 9개의 뇌신경이 분포하고, 통증전달에 중요한 C-fiber가 밀집되어 있다. 즉, 턱관절의 불균형은 신경계의 과흥분을 일으키고,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하향성 억제 경로)을 교란시켜 만성통증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신경학적 배경을 가진다.

결국 다양한 통증과 신체 신호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미세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건강 회복의 핵심이면서 드라마틱 변화를 일으키는 신호탄이다. 이러한 지혜는 수천년간 이어져온 한의학 경험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몸은 더 정교하고 균형은 더 근본적이다. 건축에도 뼈대가 중요하듯이 우리몸의 구조적인 균형이 잘맞아야 건강이 자연스레 회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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