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90대 노인의 무단횡단 사고...법의 판단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09일, 오후 05:1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도로를 무단횡단 하던 90대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40대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9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3-2부(부장판사 이현정)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1월 8일 오전 5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주행하던 중 보행자 적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91)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B씨가 무단횡단할 것을 예견할 수 없어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당시 일출 전으로 어두웠고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였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은 제한 속도인 시속 50㎞를 넘었지만 시속 20㎞를 초과해 과속하지는 않았던 상황”이라며 “제한속도를 준수했더라도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중앙분리대가 있는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에서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여 이 상황에서는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제한 속도를 위반했고 보행자 통행을 완전히 예견할 수 없는 도로가 아니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웠으며 횡단보도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으로 횡단보도를 벗어나 위 도로를 건너는 피해자 발견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고 지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량 대 사람 간 사고의 경우 과거에는 상황과 이유를 불문하고 차량에 과실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그런 추세가 바뀌고 있다.

앞서 7월에도 새벽 4시 30분쯤 왕복 10차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들이받아 70대를 사망에 이르게 한 화물차 운전기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5월에도 왕복 6차로를 운전하다 무단횡단하던 80대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운전자가 무죄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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