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서 발견된 여성 시신…범인은 ‘해경’ 남자친구였다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16일, 오후 03:14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3년 11월 16일 광주지검 목포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이태순)는 전직 해양경찰 A(30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남 목포의 한 상가 화장실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에게 중형이 구형된 것이었다. 성범죄 전과가 있던 가해자가 해경으로 임용되고 범행하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자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한 30대 A씨가 2023년 8월 1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 도주 후 동태 살펴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3년 8월 15일이었다. A씨는 이날 새벽 목포의 한 술집에서 연인이던 피해자 B씨를 만나 화해하려던 중 말다툼을 시작했다. 전날 대화 방식이나 청소 문제로 언쟁을 벌인 것의 연장선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오전 2시 13분께 한 음식점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A씨는 B씨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안으로 따라가 말다툼을 시작했다. 곧 A씨는 B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뒤 목을 졸라 기절하게 했다. B씨가 소리 지를 경우 신고 접수될 것이 두렵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B씨를 화장실 용변 칸으로 끌고 들어간 뒤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으면 신고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업장으로 되돌아가 결제를 마쳤다. 이후 A씨는 화장실로 돌아와 B씨의 상태를 지켜보던 중 누군가 근처를 지나는 소리가 들리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또다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또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머리와 팔을 변기에 두고는 창문으로 도주했다. 심지어는 범행 현장으로 되돌아와 화장실 창문을 통해 B씨의 동태를 보기도 했다. 119에 신고하거나 구호 조치는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B씨는 같은 날 오전 6시께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A씨는 현장 인근에 있던 안마시술소에서 잠을 자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A씨는 성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음에도 해경으로 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대남’을 모집한 이들과 성관계 영상을 찍은 혐의로 2022년 1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경찰공무원법상 결격 사유인 성폭력 특례법에는 해당하지 않아 내부 심사를 통해 임용됐던 것이었다.

◇1심, 징역 25년 선고…“구호조치 있었으면 소생했을 것”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당시 B씨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적절한 시간 내에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는 충분히 소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B씨의 목을 재차 눌렀고 결국 피해자는 숨졌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해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과 30세의 나이에 변기 앞에서 생을 마감했다. 숨을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 극심한 고통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불복한 검찰과 A씨 측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고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B씨의 유족들은 법정에서 “동생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데 출소 후 피고인의 나이는 55세밖에 되지 않는다. 잔혹하게 동생을 죽이고 범행 은폐까지 한 피고인이 출소하는 25년 후엔 우리 가족이 벌벌 떨며 살아야 한다”며 “피고인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을 뿐 유족들에게 사죄의 한마디조차 한 적이 없다. 재판부에 탄원서도 수차례 제출했는데 A씨가 무엇을 반성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양형기준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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