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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고인 측은 가상자산법에 '시세'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점 등을 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1호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기준이 되는 만큼, 내년 2월 예정된 1심 선고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정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가상자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인 사업 운용업체 대표 이 모 씨(34)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230억 원의 벌금형도 함께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범 강 모 씨(29)에 대해서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강 씨는 이 씨가 운영한 코인 사업운용업체 직원으로, 이 씨의 지시를 받고 시세 조종 거래 주문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해외 가상자산 발행 재단에서 전송받은 코인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거래량을 부풀려 약 71억 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지난해 7월쯤 가상자산 위탁판매 알선 브로커 A 씨(43)를 통해 코인 약 201만 개를 위탁 판매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특정 거래소에서 코인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수익의 55%는 코인 발행재단이, 나머지 45%를 이 씨와 A 씨가 절반씩 나눠 갖기로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지난해 7월 1~21일 한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16만 개였지만, 시세조종 범행이 개시된 22일 거래량은 245만여 개로 15배 폭증했다. 당시 전체 거래량 중 이 씨의 거래가 약 89%를 차지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코인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 후 검찰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으로 넘겨받은 첫 사건이기도 하다.
이 씨 측 변호인단은 13일 공판에서 "제1호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기준이 되고, 이러한 측면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라며 "이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의 특수성을 간과한 수사·기소에 문제점이 있다며 "주식 시장과는 달리 1년 365일,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개인이 24시간 내내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용자로서는 자동 매매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야만,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상자산 시장에 시시각각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법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 측 변호인단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각국에 수천 개가 있고 각각 독립된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어 가상자산의 '시세'라는 개념은 당연한 것이 아니어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며 "자본시장법과 달리 가상자산법을 보면 시세에 대해 아무런 정의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돼서 주석서 등에서 많은 지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형벌 규정이 보호하는 보호법익이 시장의 기능, 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신뢰인데 그 시장이 무엇이고 그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인 시세가 무엇인지조차 정의되지 않았다"며 "시장에 대한 규정이 없으니까 시세에 대한 정의 규정도 없고, 그러다 보니 형사 처벌 규정으로서 맞는 것인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규제와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시세라는 것은 그 시장이 결정하는 것인데, (가상자산) 시장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도 꽤 발달한 시장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가상자산법에 시장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더라도 이용자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은 존재한다"며 "법이 미비하다고 해도 관련 법들도 있고 법의 정신도 있으며, 시장 조작이라는 게 워낙 잘 정의가 된 행위"라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형 수준에 비춰 봤을 때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한 검찰의 엄단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가상자산법이 자본시장법의 시세조종 등 규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이론적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시장, 시세에 대해 가상자산의 경우 자본시장과 같은 엄격한 규정이나 해석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죄가 되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 사이에 예측 가능성이 있었느냐인데, 이는 결국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법 시행 전, 가상자산 시장에 일종의 규제 공백으로 인해 불공정거래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면서 "이 사건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법규범이 작동한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