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지난해 11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국내 한 병원에서 생후 2개월이 채 안 된 아기가 백일해로 사망한 사례다. 백일해로 인한 사망 사례는 정부가 감염병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백신 예방접종이 널리 시행되면서 한 달에 10명 남짓 발생하던 백일해가 지난해부터 신생아에게 무서운 질병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러한 백일해가 최근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 만 명 이상 발생했던 것에 비해서는 대폭 줄었지만, 코로나19 이전 월별 수십 명 수준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기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료=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국내에서는 국가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그간 백일해 환자 발생이 적었다. 애초에 아이에게 필수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부모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처벌받기 때문에 접종률이 높다.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유아의 89%(약 1억 1500만 명)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했으며, 85%(약 1억 900만 명)가 3회 접종을 모두 마쳤다. 이에 비해 국내 1세 영아의 DTaP 접종률은 97.1%, 6세 어린이의 DTaP 3회 접종률은 93.6%로 약 8~9%포인트 높다.
높은 예방접종률에도 불구, 전세계적으로 백일해가 유행하면서 국내 또한 백일해 환자가 급증했다. 백일해 환자는 2023년 11월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다 지난해 4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해 지난해 7월 1만 586명을 기록했다. 이후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94명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환자가 보고된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유행 패턴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고 주변 국가의 백일해 유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백일해 발생보고가 작년 대비 약 1/6 수준이긴 하나 지난해와 같이 10대가 많고, 코로나19 유행 시기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발생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시기 이전에는 2012년 중고생 유행이 있던 시기를 제외하면 10세 미만에서 발생이 많았다. 유행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 시 학교 등 교육시설 증심의 큰 유행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질병청의 설명이다.
특히 이웃 국가인 일본에서 백일해가 역대 최대 발생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건강안전연구소 감염병 주간 보고서(IDWR)에 따르면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일본에서 보고된 백일해 발병 건수는 773건이었으며, 이 중 병원체 유전자 검출 사례는 418건이었다. 집단생활에서 2차 발병률이 높은 만큼 해외 교류 등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백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질병관리청은 “학부모와 선생님은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기침 예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해달라”면서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1세 미만 영아의 적기 접종 및 추가접종을 놓치지 말고, 만성폐질환 등 고위험군, 영아 돌봄 종사자, 65세 이상 성인, 임신부(3기)는 반드시 백일해 백신(Tdap)을 접종하고, 국가접종에서 상대적으로 접종률이 낮은 11-12세(6차 접종 대상자)도 적기에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