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아닌 뇌종양"…작별인사 앞둔 웰시에게 생긴 기적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17일, 오후 04:00

수술을 마친 반려견의 재활을 돕고 있는 김현주 감독(보호자 제공) © 뉴스1

반려견 마롱이(13세)는 어느 날 갑자기 주저앉았다. 처음엔 허리디스크인 줄 알았다. 정밀 검사 끝에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이별의 시간을 기다리던 중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뇌수술을 받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마롱이는 예전과 같이 걸어다니면서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막내로 지내고 있다.

17일 애니메이션 제작기업 스튜디오홀호리 서석준 대표와 김현주 감독에 따르면 마롱이는 2013년 이 집의 가족이 됐다. 당시 자폐성 장애를 안고 있는 아들은 유치원생이었다. 때마침 집안에 마롱이와 동갑인 딸이 생기면서 집에는 화목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마롱이와 함께 출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마스코트였다. 마롱이 덕분에 인명구조견 '마롱코기' 캐릭터도 탄생했다. 가족들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였다.

마롱이는 아파도 티를 잘 안 내는 착한 동생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며칠 전부터 신음소리를 내서 서울의 한 동물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집에 왔다가 다시 병원을 내원하려던 차 마롱이는 갑자기 서지 못하고 떨기 시작했다. 급하게 응급으로 MRI를 찍을 수 있는 이안동물영상의학센터를 찾았다.

이안동물영상의학센터에 따르면 마롱이는 MRI 촬영 전 뇌신경계 검사에서 결손과 멘탈 저하가 확인됐다. MRI는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응급으로 병원을 찾은 마롱이가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가족들은 중대 결정을 해야 했다.

원인을 찾지 않으면 조치를 할 수 없어 고심 끝에 MRI를 찍었다. 그 결과 뇌에서 큰 종양이 발견됐다. 마롱이의 머리 사이즈가 7㎝인데종양 크기가 절반에 가까운 3㎝였다. 종양이 커서 뇌압이 세다보니 임시로 잡아주는 약물을 쓰고 인공호흡으로 간신히 숨을 쉬게 됐다.

가족들은 의료진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일주일만이라도 이별할 시간을 벌어달라고 간곡히 애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인 원장과 김우경 팀장은 마롱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의료진과 가족들은 밤새 병원에 있었다. 작별인사 준비하던 중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마롱이의 바이탈 수치가 기적적으로 올라갔다.

의료진은 정밀판독 결과 종양의 크기가 컸지만 뇌막에 붙어 있어서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수술 시간만 5시간 이상 걸릴 수 있는 대수술이었다. 가족들은 중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망설임 없이 잘못될 것을 각오하고 "수술을 해달라"고 했다. 마롱이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가족들의 결단이었다.

10월 21일 의료진은 마롱이의 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수술을 했다. 인공호흡에 의지하던 마롱이는 수술이 끝나고 자발호흡이 일부 돌아왔다.

의료진은 물론 병원 직원들도 2박 3일 동안 집에 가지 않고 마롱이를 지켜봤다. 소파에서 잠까지 자면서 마롱이가 깨어나기를 함께 기도했다. 마롱이가 깨어나는 순간 병원 스태프는 환호성을 질렀다.

마롱이는 뇌 실질 내 종양 제거 수술 후 뇌간의 눌림이 해소됐다. 수술 직후 자발호흡이 돌아와 모든 기능에서 정상이 됐다. 현재 보행이 가능해져 집에서 재활을 하고 있다.

김현주 감독은 "조기 검진으로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이라도 마롱이의 재활을 도우며 매일매일 살아있다는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경 팀장은 "어려운 수술이었는데 잘 벼텨준 마롱이가 대견하다. 반려동물이 못 걷는 모습을 보고 다리가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마롱이처럼 뇌종양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밀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해피펫]

반려견의 수술이 잘 끝나고 기뻐하는 김우경 수의사(마롱이 보호자 제공) © 뉴스1

김현주 감독에게 반려견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김우경 수의사 © 뉴스1

마롱이가 아프기 전 모습(보호자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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