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평검사 강등'·'법관 징계'에 들끓는 법조계…"어처구니 없는 겁박"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17일, 오후 04:10

검찰청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2025.9.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장동 민간업자 개발 특혜 의혹 1심 판결 항소 포기로 촉발된 검찰의 집단행동이 전국 검사장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 검토로 이어지자, 검찰 지휘부에서 정부·여당으로 비판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여당이 검사파면법과 더불어 법관징계법 개정안 추진에도 속도를 내는 데 대해 '법조계 탄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실·법무부 등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입장문을 낸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 조치하는 징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18명의 일선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을 통해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해달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공봉숙 서울고검 공판검사는 이날 이프로스를 통해 "정치인분들, 특히 검찰에 있던 분들이 '찐윤(친윤석열)들을 지금까지 안 치우고 뭐 했느냐'며 "정당한 의문 제기를 '찐윤', '내란동조 세력'의 반란으로 프레이밍 하면 다 속아주리라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안쓰럽다"고 지적했다.

공 검사는 "업무상으로 위법 또는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이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느냐'며 징계를 하고 형사처벌을 하고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정치인이 대놓고 저런 어처구니없는 겁박을 하고 그 겁박을 현실화할 법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박철완 부산지검 부장검사는 "지금은 노 전 대행이 왜 통례에 반해 절대다수 검사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항소 포기 지시를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징계 검토는) 검사의 정당한 의사표시를 위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항소포기 사태로 불명예 퇴진한 노 전 대행 후임으로 14일 전보 임명된 구자현 신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징계 검토안 관련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징계법 폐지안에 이어 법관징계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관징계법 개정안은 법관 윤리 감독에 판사 원천 배제 및 외부 인사 참여 확대, 법관 최고 징계 처분인 정직 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법원 관계자는 "법안으로 나오게 된다면 공적으로 담당 부서에서 개정 법률안에 대한 검토를 통해 규정상이나 제도적으로 어떤 논리적 문제점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과 법원을 향한 정부·여당의 입법 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A 교수는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검사 보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검사장을 평검사로 전보 조치 하려면 대통령령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령도 바꾸려면 입법 예고, 의견 수렴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인사 조치를 해버리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검사장의 빈자리를 누가 가려고 하겠냐"며 "항소포기는 법조인 상식과 너무도 거리가 먼일인데 민주당 주류와 세간의 인식 사이에 거리가 멀구나 싶다"고 지적했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직위는 검찰총장과 고등검찰청 검사장, 대검 차장검사 등으로 정해져 있다.

또 다른 B 교수도 "현행법상으로 안 될 것 같다"며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도 징계하겠다는 인사조치가 나올 수 있는 노릇"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소재 법원 부장판사는 "인사나 징계 조치는 누가 참여하는지 특정되면 안 된다. 특정되면 로비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관 징계에 있어서 정치권의 관여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조치 관련해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검사장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것은 사실상 강등이라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추가 질문에 "특별히 그런 움직임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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