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AI 보조자로 전락시켜”…경기교육청 ‘하이러닝’ 홍보영상 논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후 06:11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경기도교육청의 인공지능(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 홍보 영상이 교사를 기계의 부속품처럼 표현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노조는 “교사를 ‘기계의 보조자’로 전락시켰다”며 “정책이 교사와 교육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낸 것에 분노를 넘어 깊은 모멸감을 느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최근 공개됐다가 삭제된 경기도교육청의 인공지능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 홍보 영상. (사진=중등교사노동조합 제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노조)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경기도교육청이 공개한 ‘하이러닝 AI서논술형평가 2035 하이러닝’ 홍보 영상은 교사를 마치 기계의 보조자 또는 시스템이 부속품처럼 묘사하고 있다. 교사의 감정, 고민, 학생과의 진정한 대화를 ‘빈말’처럼 축소해 표현한 것은 수년간 교실에서 피와 땀으로 학생들과 생활해 온 교사들의 경험을 희화화하고 경시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영상 말미에 ‘AI는 데이터를 읽고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읽습니다’라는 문구는 교사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영상 속 교사의 모습은 다르다. ‘동공이 흔들리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 빈말’만을 내뱉는다는 기계적 멘트를 반복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교사의 전문성과 인간성을 폄하는 명백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은 교사의 업무를 경감시키기는커녕 복잡한 시스템 운영과 데이터 입력, 기계적 피드백 검토라는 또 하나의 행정 부담을 현장에 강요하고 있다”며 “교사가 학생의 ‘마음’을 읽기 위해 쏟아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정작 교육청은 ‘데이터 입력’과 ‘시스템 점검’에 낭비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이미 과도한 행정업무와 생활지도로 인해 지쳐 쓰러지고 있으며 여기에 AI라는 미명 아래 새로운 업무를 덧씌우는 행위는 ‘교육의 본질 회복’이 아니라 ‘교사의 기계 부속품화’를 강요하는 폭력”이라며 “현장의 준비도, 충분한 논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AI 기반 교육 시스템은 결국 오류와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이다. 학생들의 미래가 걸린 교육정책을 현장의 고뇌를 외면하고 비현실적인 영상으로 포장하여 탁상공론으로 결정하고 현장에 하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노조는 “기술 도입 이전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생활지도 시스템 재정비 등 교사가 진정으로 학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이 우선”이라며 △임태희 교육감의 공식 사과 △해당 홍보영상 제작 및 승인 책임자의 징계 △AI 평가 시스템 운영 중단 및 전면 재검토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막연하게 우려하던 사태가 급기야 터졌다. 철학 없이 기술을 대하는 태도들이 만들어낸, 방향 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교육현장을 덮치는 것 같았다”며 “존재 자체가 교육 과정인 선생님들을 AI시스템의 하찮은 부속물로 전락시키는 것도 모자라, 그 분들의 감정과 진정성을 거짓이나 빈말로 치부하면서 얻는 배움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하이러닝’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영상이 임태희 교육감 체제의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많은 분들의 우려를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 든다”며 “영상을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리더의 철학과 정책 전반의 기조와 실행과정 전체에 대하여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를 AI 시스템을 보조하는 존재로 묘사하는 등 경박한 교육 철학을 드러냈다”고 언급했다.

해당 영상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도교육청은 입장문을 올리고 “영상의 본래 의도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교육 현장을 지원하기 위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취지와 달리 오해를 불어온 장면이 있어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며 “상처받았을 교사들께 깊이 사과드리고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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