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정중앙에 조성된 명품숲, 교육·힐링의 배꼽이 되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전 05:40

[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강원 양구 양지말 솔내음숲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 (사진=박진환 기자)
[양구=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은 우리 국토의 정중앙이다. 동쪽의 경북 울릉군 독도, 서쪽의 평북 용천군 마안도, 남쪽의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 북쪽의 함북 온성시 유포면을 4극 기준점으로 삼아 선을 그으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옛 남면) 도촌리다.

국립지리원은 2001년 섬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4극점을 기준으로 측량해 ‘동경 128도 2분 2.5초, 북위 38도 3분 37.5초’가 정중앙임을 확인했고, 그 위치가 ‘배꼽마을’ 도촌리 산 48번지다.

양구읍 고대리에 국토의 중심이라는 점을 내세운 한반도섬이 있다. 1944년 5월 화천댐 건설로 만들어진 호수 파로호에 국내 최대인 27만㎡ 규모로 만든 인공섬이다.

양구와 화천에 걸쳐 있는 파로호는 6·25전쟁 화천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명이 수장된 곳으로 ‘파로호(破虜湖·오랑캐를 깨뜨린 곳)’로 불린다. 양구읍 동수리 동수고개 정상에 설치된 한반도섬 전망대에 오르면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한반도를 눈에 담을 수 있다.

강원 양구군은 국토의 정중앙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도시 브랜드로 삼아 조형물 설치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 개최 등 명소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 양구 양지말 솔내음숲에 조성된 임도. 주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수령 40~50년 소나무·낙엽송 등 천연림…휴양·복지 및 경관적 가치 우수

강원 양구군 양구읍에는 도심 중앙에 자리잡은 명품숲이 시민들의 휴식과 유아 교육, 축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양구 양지말 솔내음숲이다.

양지말은 산 골짜기 바깥의 햇빛이 잘 드는 마을, 해가 제일 먼저 뜨는 마을 등을 뜻하는 말로 지역마다 양지말이라는 지명이 전국 곳곳에 있다. 또 솔내음은 이 숲의 건강한 소나무에서 나오는 솔향이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숲에는 수령 40~50년 내외의 소나무와 낙엽송 등 천연림이 107㏊ 규모로 조성돼 피로와 우울 등 기분 개선 효과가 높고, 산림 내 산책이 가능한 순환형 등산로 3㎞가 개설돼 있어 휴양과 복지, 경관적 가치가 우수한 숲이다.

양구군 양구읍에 위치한 양지말 솔내음숲은 인공 조림이 아닌 천연림으로 조성된 숲이다. 과거 1950년대 다른 산들이 주민들의 무분별한 벌채로 민둥산이 된 반면 이 숲은 도심 속에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상층부는 소나무와 낙엽송 등이 하층부 식생은 전나무 등이 무성한 건강한 숲으로 남았다.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는 고령이 된 소나무의 후계목 육성을 위해 대체 수종으로 전나무를 선택했고, 2009년과 2017년 등에 걸쳐 숲에 전나무를 대규모로 식재했다.

산림청은 지역주민들에게 산림휴양과 산림복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 솔내음숲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숲가꾸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에는 양구군 주도로 치유의 숲도 바로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다. 솔내음숲 바로 옆에 있는 사명산이다. 양구군은 도비 등 50억원을 투입해 사명산 일원에 60㏊ 규모로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

산림 휴양 인프라 확충 일환으로 조성되는 치유의 숲은 치유센터, 치유정원, 키친가든, 명상 데크, 트리 클라이밍, 족욕장, 치유숲길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산림 치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인근에는 사명산 숲길 등산로 정비사업도 함께 추진해 솔내음숲을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 양구군의 구상이다.

이 구상이 구체화되면 이 일대는 산림 휴양과 복지, 치유, 관광 등 완벽한 숲 인프라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양구 양지말 솔내음숲에서 열린 숲속 음악회. (사진=배꼽유아숲체험원 제공)
◇배꼽유아숲체험원, 숲 주제 다양한 생태교육…매년 가을엔 숲 페스티벌 성황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 장현석 주무관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주민들이 다니던 길을 2022년경 새롭게 정비했고, 그 결과 이 숲길을 찾는 지역주민들이 급증하게 됐다”며 “숲에 오면 솔향이 좋다고 해서 솔내음숲으로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숲은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길을 넘어 명상과 산림치유·체험,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역할은 숲 입구에 있는 배꼽유아숲체험원이 담당하고 있다.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한 양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숲체험원 이름을 배꼽으로 정했다고 한다.

배꼽유아숲체험원에서는 이 일대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숲과 자연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배꼽유아숲체험원을 운영하고 있는 또와숲 박선현 사무국장은 “매년 9월이면 이곳에서 숲 페스티벌을 진행한다”며 “행사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에서 음악하는 분들과 작가들을 초청해 문화·예술 축제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숲은 오래된 소나무를 대체해 새롭게 수종 전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대체수종으로 지목된 것은 전나무이다. 장 주무관은 “그간 전국적으로 전나무 숲이 조성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전나무 숲을 만들어 인제의 자작나무 숲과 버금가는 명품숲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전나무를 집중 조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나무는 상록수라는 특성상 겨울에도 푸른 나무를 볼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운치를 느낄 수 있다”며 “이 숲에는 연간 1만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꼽유아숲체험원 김수정 숲 교사는 “지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있는 만 3~7세 아이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아이들이 오면 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 뒤 동물, 곤충, 거미 등을 관찰한다. 생태 체험과 환경 교육 등이 병행되며, 자연놀이 전래놀이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한다. 내년부터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자연·생태·환경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매년 가을이면 양구 양지말 솔내음숲은 숲을 테마로 한 축제가 열린다.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특수진화대팀의 산불진화대 체험, 버블쇼, 거품벌레 놀이, 칡공 볼링, 솔방울 죽방울 놀이 등 숲놀이 체험과 전통가옥 체험 등 함께 숲길을 걷고, 동·식물을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강원 양구 양지말 솔내음숲에서 열린 숲 페스티벌. (사진=배꼽유아숲체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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