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을 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후폭풍'으로 검찰 고위직인 고검장과 검사장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현재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항소 포기에 집단 성명으로 대응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에서 '항명'으로 규정한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을 잠재우는 초강수로 평가되지만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법조계에서는 정 장관이 '검찰 안정화'를 우선 과제로 제시한 만큼 중재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송강 광주고검장(사법연수원 29기)과박재억 수원지검장(연수원 29기)은 전날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중 박 지검장은 항소 포기와 관련한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들의 집단 성명에 이름을 올린 18명 중 1명이다.
송 고검장은항소 포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대검 차장검사)의 후임자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하지만 송 고검장 역시 지난주 임기 당시인 노 전 대행에게 "경위를 설명하지 않으면 의혹을 키울 것"이라며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사의를 밝힌 것은 연수원 동기인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대행)가 17일 정식 부임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연수원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수 자리에 오르면 사퇴하는 것이 검찰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현재 총장이 공석이라 구 차장검사가 검찰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가 집단성명에 나선 검사장들을검찰청 검사급(고검장·검사장) 보직이 아닌 평검사로 전보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검찰 고위 간부의 '줄사표'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사법연수원 30~31기가 포진한 일선 지검장이나 직전 인사를 통해 검사장으로 승진한 32~33기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가 정부의 '강등' 검토에 동요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검찰청법 6조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 두 종류로만 구분돼 있어 평검사로의 보직 이동은 법률상으로는 징계나 불이익 조처로 보기 어렵다. 검사장은 직급이 아니라 보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 한 번 대검 검사급 보직으로 부임하면 이후 '좌천'성 인사 조처가 내려지더라도 같은 대검 검사급 보직 내에서 발령이 이뤄지는 게 관례였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을 보면 대검 검사급 이상 보직에는 검찰총장, 고검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대검찰청 검사, 지검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이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 관례상 한 번 검사장으로 승진한 검사들을 검찰청을 지휘할 권한이 없는 평검사로 전보 인사 조처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사실상 '강등'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구자현 신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대기하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평검사 전보' 인사 조처를 실시하라고 법무부를 압박하는 모양새이지만, 정 장관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전보 조처가 사실상 강등이라 내부 반발과 우려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히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뒤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빨리 국민을 위해 법무나 검찰이 안정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평검사 전보 조처가 '검찰 안정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이 많다.
오히려 검찰 구성원들의 반발심을 더욱 키워 '줄사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검사동일체 문화'에 익숙한 검사들은 공명심과 출세욕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퇴임 후 로펌이나 변호사 개업 같은 고수익 일자리가 보장돼 예상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 장관이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한검찰개혁 시행을 약 11개월 앞두고 자칫 '검찰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인상을 주면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순방길에 오른 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검사장 전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사장 징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출국하셨다"며 즉답을 피했다.
hi_na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