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주주의 파괴자들' 누가 심판할 건가?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18일, 오전 07:00

홍기삼 전국취재본부장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실. 유명 대기업 회장과 주임 검사가 마주 앉았다. 그 순간, 회장은 눈앞의 아들뻘 검사 손을 덥석 마주 잡았다.

“검사님, 한 번만 봐 주이소.”

그러곤 검찰이 제기한 그룹 비자금 관련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읍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극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찰 특수수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대검 중수부는 이미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검찰마저 마지막 남은 잎새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광경을 볼 일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때 그 대기업 회장은 지금 속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태까지 온 ‘검찰의 과거’를 굳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아내를 죽이려고 ‘청산가리 막걸리’를 먹였다는 누명을 쓴 남편과 그의 딸.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15년 동안 복역했지만, 최근 재심 끝에 ‘무죄’로 뒤집혔다. 검찰이 강압적으로 허위 자백을 요구했고 이들에게 유리한 무죄 증거를 감춘 사실이 이제야 새롭게 드러났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건에서도 법원은 “검찰의 별건 수사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찾아낸 내연녀의 은밀한 메시지를 들이밀고 자백을 강요하거나 고위공직자를 구속하기 위해 그의 딸 취업 문제를 별건 수사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말라고 압박한 ‘못난 검사’도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쌓인 검찰의 업보다.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없어지면 속으로 만세를 부를 자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대부분 주로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거나 권력의 최측근 등 이른바 '힘센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부의 박영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윤석열 정부의 권성동 등이 그 전형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방해하고 대한민국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주의 체제를 좀 먹는 ‘진짜 파괴자’들이다.

내년에 검찰이 없어지면 이런 ‘권력형 비리’를 누가 수사할 것인가. 현재로선 새로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해야 하지만,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반부패 역량 강화’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역사적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권력 깊숙한 곳의 부패를 도려낼 수 있는 온전한 국가 시스템을 기대한다.

ar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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