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3명 중 1명은 자퇴 고민…“고교학점제가 진로 선택 방해”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2:46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고등학교 자퇴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들은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기 위해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진로 선택을 방해하고 내신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고 느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지난 9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현장 문제점 제기 및 개선 요구안 팻말 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18일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원 3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으며 전국 고등학생 167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 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고등학교 자퇴를 고민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33.53%는 자퇴를 고민해봤다고 했다.

주된 이유로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진로 결정·변경의 어려움 △미이수 우려 △내신 관리 어려움 △학교 적응 어려움 등이 꼽혔다.

설문에 응답한 한 고등학생은 “진로가 아직 뭔지 모르겠는데 그에 맞춰 선택과목을 고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고등학생은 “공부를 못하면 졸업을 못하는데 검정고시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미이수 처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조사에 참여한 고등학생 중 절반 이상은 고1 시기에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고1이면 누구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27.0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26.28%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고등학생은 22.11%였고 ‘그렇다’는 응답은 19.62%로 집계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 기회를 돕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막상 고등학생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또 고등학생들은 미이수 처리가 된 학생들이 ‘문제학생’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봤다. ‘미이수 처리나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대상 학생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 문제학생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응답 고등학생 36.18%는 ‘그렇다’고 했고 24.28%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가 학생의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52.79%에 달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5.3.6%였다.

아울러 고등학생 중 70.13%는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과목·진로 선택을 위해 학원·컨설팅 등 사교육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원 3단체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미이수제 전면 폐지, 진로·융합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부터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교원과 학생 모두 교육적 효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고교학점제를 신속히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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