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 30대 초반에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남성이 가족에게 큰 배신감을 토로했다.

1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30대 남성 A 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문직 시험에 합격해 법인에서 1년 넘게 일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눈을 뜨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30대 초반에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치료에 매달렸지만 끝내 몸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보험금과 손해배상금으로 10억 원 정도를 받았다. 그는 가족에게까지 손을 벌리기에 부담스러워서 보상금으로 어떻게든 혼자 살아보겠다고 선언하며 독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만류에 다시 함께 살기로 마음을 돌렸다. 그는 가족들과 상의 끝에 "보상금 10억 원은 나중에 의료 기술이 더 발전하면 줄기세포 치료 같은 게 가능해질 때가 올 테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손대지 않고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그 대신 모아둔 개인 자금을 부모님에게 건넸다.

8년이 흐르는 동안 A 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병과 관련해 공부와 훈련을 했고, 결국은 글도 읽고 쓸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 사이 가족들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부모님은 몇 년 전 경기도에 땅을 사서 전원주택을 지었고, 각자 명의로 차 한 대씩을 구매했다.

A 씨가 자금 출처를 궁금해하자 부모님은 "너는 신경 쓸 거 없다"고 이야기해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그런데 남동생은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 도박에까지 손을 대 완전히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다. 그때부터 동생 부부는 집으로 찾아와 돈 좀 빌려달라고 매달렸다.

심지어 남동생은 "진짜 죽고 싶다"라는 식으로 문자까지 보냈고, 부모님까지 나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네가 장남이니까 급한 불 좀 끄게 동생 좀 도와줘라"고 부탁했다.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A 씨는 "살고 있는 집이 팔리면 바로 갚겠다"라는 약속과 차용증을 받고 거액을 빌려줬다.

이후 A 씨의 몸 상태가 악화하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집은 병원과 거리가 있고, 부모님에게 기대는 것도 힘들어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독립적으로 치료받으려고 결심했다.

A 씨는 부모님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10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돈이 어디 있냐. 집 짓고 동생 빚 갚는 데 다 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너 돌보느라 몸도 다 망가졌다. 그런데도 그 돈을 꼭 받아야겠냐"고 선을 그었다. 그 이후로 보상금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 아프다. 우리는 줄 돈 없으니까 그만 좀 얘기해"라며 화를 내는 상황이다.

남동생은 아직도 연락이 전혀 없는 데다 부모님은 "그 돈을 받아서 남동생 가정 깨뜨리려고 하느냐. 독립하지 말고 지금처럼 같이 살자"고 요구했다.

A 씨는 "10억 원을 맡겼는데도 지금 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어 심각한 통증 속에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있다. 그런데 가족들은 남동생 가정을 위해 저만 희생하면 된다고 말한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저를 돌봐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다. 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양지열 변호사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부모님이 쓰신 돈도 부당 이득인 거다. 남동생이 가져간 돈은 차용증까지 있고 금액이 명확하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돌려받는 걸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부모님께서 마음을 바꾸셔야 할 것 같다. 남동생은 정말 혼나야 하는 사람이고 부모님께서 이렇게 나오면 큰아들은 살지 말라는 거다. 부모님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동생은 반드시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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