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체불, 폭행까지”…외국인 노동자 차별 여전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3:57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취약사업장에서 폭행·차별·임금체불 등 노동기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외국인고용 취약사업장 196곳을 집중 감독한 결과, 182곳에서 총 846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임금 체불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일부 사업장은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상여금이나 연차를 지급하지 않는 등 명백한 차별행위를 저질렀다고 적발됐다. 경영난을 이유로 법정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123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체불액은 약 17억원에 달한다.

근로시간 관련 위반도 심각했다. 65개소는 장시간 근로를 시켰고, 22개소는 법이 보장하는 휴게·휴일을 주지 않았다. 충남의 한 업체는 제품에 불량을 냈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폭행했고, 강원도 한 기업은 작년 12월부터 내·외국인 25명의 임금 1억1000만원을 체불하고도 시정지시에 불응해 입건됐다. 노동부는 두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외국인고용법 위반도 다수 드러났다. 외국인 출국만기보험 미가입, 기숙사 기준 미달 등이 집중 적발됐으며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외국인이 일하도록 한 3개 사업장은 고용허가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고용부는 적발된 182개 사업장에 대해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다. 또한 임금체불 17억원 중 12억7000만원(103개소)은 이미 청산했으며 나머지 4억3000만원도 청산을 지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감독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외국인지원센터 등과 공유해 자율 개선을 확산하는 한편 사업장 변경 제도와 기숙사·주거환경 개선 등 제도개선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는 ‘이름 부르기 캠페인’, ‘옷 나누기 캠페인’ 등 외국인노동자 인식개선 프로그램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익 보호에 내·외국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외국인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취약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모든 일하는 외국인’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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