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 아침가리숲 입구의 방동 약수 옆 계곡. (사진=(사)내린천약수길 제공)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방태산은 북쪽의 설악산과 점봉산, 남쪽의 개인산 사이에 있는 명산이다.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가 뻗어 있고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다.
방태산 기슭에는 오지 중의 오지 ‘삼둔사가리’가 있다. 삼둔은 산속의 평평한 둔덕 3개라는 뜻으로 살둔과 월둔, 달둔 등을 말한다. 사가리는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를 가리킨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아침가리는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 인제 아침가리숲에 있는 계곡.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를 비롯해 쉬리, 수달, 도롱뇽 등 1급수 어종과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사)내린천약수길 제공)
강원 인제 방태산 기슭에 조성된 아침가리숲은 국유림 1897㏊ 면적에 소나무와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잘 자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천연림이다. 또 국가숲길인 백두대간 트레일 중 가장 인기가 많은 6구간이다. 백두대간 트레일은 강원 양구군 해안면 후리를 시점으로 인제군 서화면, 북면, 인제읍을 거쳐 기린면 방태산 구룡덕봉 삼거리에 이르는 108.5㎞ 구간으로 2개군, 4개면, 10개리의 마을을 따라 조성됐다.
트레킹과 둘레길, 트레일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길을 걸으며 그 지역의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경관을 지키며 건강을 증진하는 길이 트레킹이다. 또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도록 산의 둘레를 따라 조성한 길을 둘레길, 산줄기나 산자락을 따라 길게 조성해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을 트레일로 각각 정의한다.
이 중 아침가리숲이 있는 6구간은 하루에 100명만 탐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이 숨 쉬는 땅이다.
특히 여름 한철에만 체험할 수 있는 계곡 코스가 유명해지면서 트레킹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산도 많고 계곡도 많지만 계곡 트레킹이 가능한 곳은 드물다.
지형이 험허거나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기 때문이다. 반면 아침가리 계곡은 상류가 다소 거칠지만 중·하류는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최고의 계곡 트레킹 코스로 손꼽힌다.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의 최적기는 수량과 온도 등을 고려하면 7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특히 이 계곡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를 비롯해 쉬리, 수달, 도롱뇽 등 1급수 어종과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 전망대에서 봐라본 방태산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아침가리숲 입구에는 ‘한국의 명수’로 불리는 방동 약수가 있다. 탄산, 망간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톡 쏘는 맛이 강하다. 조선 시대 심마니가 이곳에서 산삼을 캐냈는데, 산삼 캐낸 자리에서 약수가 솟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약수터 옆에는 수령 300여년의 엄나무가 있다. 한약재로 쓰이는 엄나무로 인해 약수의 효험이 더 크다는 믿음이 전래한다.
방동 약수터는 아침가리 계곡으로 향하는 출발점이자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약수물을 마시는 것을 시작으로 트레킹 코스는 시작되며, 약수터 옆에 있는 작은 계단식 계곡은 사계절 운치를 준다.
코스는 방동 약수~방동리고개~조경동교~아침가리계곡~진동1리에 이르는 11㎞ 구간으로 산길 5㎞, 계곡 6㎞다. 계곡 트레킹만 원하면 갈터쉼터에서 아침가리계곡을 따라 조경동교까지 갔다 되돌아오는 방법도 있다. 왕복 12㎞로 6~7시간이 걸린다.
명지가리~구룡덕봉 삼거리~월둔교 구간은 비포장길로 백두대간 트레일로 지정돼 있다.
강원 인제 아침가리숲에 있는 계단 계곡. (사진=박진환 기자)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의 안내를 맡고 있는 (사)내린천약수길 제갈형수 사무국장은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은 산림 유전자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이 돼 있어 1일 100명에 한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1~6구간까지 백두대간 트레일을 찾는 탐방객은 5월부터 10월까지 연간 2만 8000여명 정도로 이 중 6구간이 가장 인기 코스”라고 설명했다.
제갈형수 국장은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사고 위험이 높아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유전자원 보호구역 특성상 방문객 수도 많이 늘리지 않고 있다”며 “자연과 생태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개방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탄광에 일하는 분들이나 화전민들이 일부 거주했지만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을 계기로 모두 내륙으로 이주시킨 뒤 현재는 거주하는 주민들이 없다”고 덧붙였다.
백두대간 트레일은 산림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을 보존하고 탐방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길이다. 당초 계획은 남쪽으로 지리산까지 모두 2165㎞ 구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 전경 . (사진=(사)내린천약수길 제공)
그간 산림청은 대한민국 국토 전역에 1만 1000개 노선, 4만 2000㎞에 달하는 숲길을 조성했다. 대표적인 숲길로는 지리산둘레길, 백두대간 트레일, DMZ펀치볼둘레길, 대관령숲길, 내포문화숲길, 울진금강송소나무숲길, 서울둘레길, 속리산둘레길, 한라산둘레길 등이 있다.
트레일은 남녀노소,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참여해 산촌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숲길을 지향한다. 백두대간 트레일이 가장 인기를 얻고 있으며 산림청은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경북 울진 망향정까지 대한민국 국토 동서를 가로지르는 849㎞ 구간을 잇는 동서트레일을 만들고 있다. 향후 이 길들이 연결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최고의 명품길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