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해당 파일에서 이 교수는 자신을 “포스텍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충형”이라고 소개한 뒤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보았다”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3번이 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본다. 제 경험으로는 제가 새로운 생각을 하면 거의 대부분 틀리더라. 이번에도 그럴 것 같긴 한데 어디가 틀렸는지 알려주시면 배움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적었다.
국어 영역 17번은 EBS와 학원가 등에서 고난도로 평가한 문항으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대한 견해를 담은 지문을 읽고 풀어야 한다.
문항에는 보기로 “갑: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하여 프로그램으로 재현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은 신체 전체의 기여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지. 즉, 프로그램으로 재현된 의식은 인격일 수 없다.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이 보장될 수 없고, 살아 있는 신체도 인격의 구성 요소에 포함되어야 하거든”이라는 내용이 제시됐다.
평가원 정답은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라는 3번 선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면, 본래의 나와 재현된 의식 둘 다 존재하게 된다. 이 경우 ’생각하는 나‘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을 경우, 인격의 동일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믿는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이 옳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점은 사전 지을 사용하지 않고 지문과 보기의 내용만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주장이 옳으면 17번 문항은 오류”라며 “17번의 답이 3번임을 보여주는 다른 좋은 풀이가 없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풀이는 실제로는 잘못된 풀이”라고 밝혔다.
그는 “갑은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영혼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아서, ’생각하는 나‘와 ’영혼‘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며 “이 둘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라는 표현인데 지문과 보기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칸트 이전 견해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을 부자연스럽게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오류인 추론을 사용할 때만 3번 선지가 따라 나온다”며 “오류 없이 3번이 답이라고 하는 주장은, 깊은 사고 없이 실제로는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면서도 단편적으로 일부 문구의 유사성만 가지고 선지를 고르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어 17번 문항에 담긴 ’인격 동일성‘과 관련된 ’수적 동일성‘ 개념을 이용해 쓴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는 ’철학자 연감‘(The Philosopher’s Annual)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으로 선정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