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승소 이끈 교수 출신 법무부 국장 "검사 국익수호"(종합)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19일, 오후 05:13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결정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ISDS) 중재 취소 소송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승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법상 대전제인 이른바 '적법절차의 원칙'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4000억 원의 정부 배상 책임은 전부 소멸했고,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73억 원도 돌려받게 됐다.

분쟁을 총괄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13년간 사건에 대응해 준 소속 검사와 관련 부처에 공을 돌렸다.

법무부는 19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의 판정 사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의 취소 결정은 2022년 8월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낸 ISDS 중재 신청에서 2억 1650만 달러와 이자(약 4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한 판정을 뒤집는 내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가 론스타에 4000억 원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정은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상사중재 판정문이 근거가 됐다.

앞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한 뒤 하나금융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당시 판정문은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에게 외환은행 가격 인하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당시 이같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이에 당초 판정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측 분쟁일 뿐,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별건 중재판정이므로 절차상 권리를 박탈(절차규칙 위반)했다며 2023년 9월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또 금융위의 가격인하 위법행위가 특정되지 않았고 국가책임과 인과관계의 법리 관련 오류(권한유월)와, 주요 쟁점에 대한 이유 미기재 또는 모순(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론스타 앞서 7월 한국과 벨기에 BIT(투자보장협정) 적용범위와 관할에 관한 판단 오류, 손해산정 과정에서 변론권 박탈 등을 이유로 취소 신청을 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결정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국내 금융당국의 위법행위와 국가책임을 섣불리 인정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원 판정에 근본적인 절차규칙(Due Process)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는 것이다.

적법절차의 원칙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적 절차를 토대로 판단 근거가 되는 법률 자체가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춰야 유효하다는 국제 재판의 대전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론스타 측은 중재판정 과정에서 금융위의 부당 압력으로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인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하나금융과의 ICC 소송에서는 당국 압박이 없었는데도 하나금융이 자신들을 속였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쳐 결국 발목이 잡혔다.

위원회는 원 중재판정부가 적법절차에 위배된 증거를 채택했으므로 금융당국의 위법행위, 국가책임, 인과관계와 론스타 측 손해를 인정한 부분도 연쇄적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봤다. 이른바 '패소자 비용부담' 기준이다.

취소절차에서 정부 신청이 인용되고 론스타 취소신청은 전부 기각된 점을 고려, 론스타 측이 정부에 소송비용(법률·중재비용) 약 73억 원을 30일 이내에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는 게 위원회 판단이다.

정 국장은 "이로써 원 판정 중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이 모두 취소된 것"이라며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최초로 승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결정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3년간 분쟁에서 승소한 배경은 사건이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도 관계부처가 꾸준히 협의하고, 주무부처 대응도 일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대통령 훈령을 제정해 법무부를 중심으로 ISDS 사건별 국제투자분쟁 대응단을 설립했고, 2023년에는 국제법무국을 신설해 체계적으로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문제 삼은 외환은행 매각 관련 주무 부처인 금융위, 과세 쟁점을 다루는 국세청, 그리고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이 핵심 쟁점을 긴밀히 협업해 국부 유출 차단 논의를 이어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1000건이 넘는 중재신청 취소 신청이 인용될 확률은 1.6~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무부서인 국제투자분쟁과 소속 부장·평검사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은 검사가 아닌 교수 출신이라고 밝힌 정 국장은 "개방형 임용으로 2년 전부터 국제법무국에서 10여명 남짓 검사들과 부딪히며 일해보니 국민을 위한 소중한 공복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투철한 사명감과 확고한 공적 마인드, 객관적 실력으로 무장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무부와 정부의 전사들이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검사를 법무부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소중한 국가자산을 잃는 일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이 사건을 계기로 검사가 법무부에서 정부 변호사로 국익을 수호하고 국부 유출을 막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사무관과 대응팀 역시 관계부처와 소통하며 영문서면 작성, 소송비용 통제 등 최적의 대응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외환은행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 종각 앞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 판정을 받은 론스타에 대한'징벌적 강제 매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다만 론스타 측이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판정에 불복을 시사해 또 다른 분쟁 절차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금액에서 4000억 원(청구액 대비 95.4%)에 대한 패소는 양측 주장을 위원회가 모두 심리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4.6%)에 대한 부분은 아직 기판력(확정된 판결의 내용이 다시 다툴 수 없는 구속력을 갖는 효력)이 생기지 않아 이론적으로 다시 다툴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론스타 측은 이날 새벽 "(판정 취소) 위원회 결정에 실망했다"며 "새로운 재판부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정 국장은 "향후 론스타가 어떤 절차를 하더라도 법무부는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선의 대응을 하겠다"며 "(2차 중재 시) 론스타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입증하고 정부가 얼마나 방어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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