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퇴행성관절염, 인공관절수술이 삶을 질 높여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전 06:25

유건웅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
[유건웅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 평생 농사일을 해온 70대 이 씨(남)는 몇 년째 무릎 통증을 달고 살았다. 봄ㆍ가을 농사철이면 통증으로 아침부터 절뚝였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며칠 쉬면 낫겠지”하며 파스와 진통제로 버텼지만, 올해 추수가 끝난 뒤에는 유독 무릎 통증이 심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무릎이 갑자기 꺾이는 느낌과 함께 넘어질 뻔하는 일이 생기면서 결국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중증 퇴행성관절염, X-ray에서 관절 간격이 거의 사라지고 다리 축도 변형된 상태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퇴행성관절염은 노화로 연골이 닳고 관절이 손상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특히 농촌 어르신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오랜 기간 반복된 쪼그려 앉기, 무거운 짐 나르기, 논ㆍ밭 경작 등 무릎에 부담을 주는 활동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연골 손상이 진행되면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 기본적인 동작조차 어려워지고, 밤에 쑤시는 야간통까지 나타나면서 일상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추수가 끝나고 농한기가 시작되는 지금, 무릎 건강을 점검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다. 활동량이 줄면서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좋아진 것이 아니라 통증이 잠시 가라앉았을 뿐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상태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면 다음 농번기를 훨씬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초기 퇴행성관절염이라면 약물 치료, 연골 주사 치료, 체중 조절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일정 부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이 떨어지는 중기 관절염 환자의 경우에는 PRP(자가혈소판 풍부혈장) 주사 치료를 시행해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속되며 보행에 어려움이 생기는 중증 관절염 단계라면 인공관절수술이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은 손상된 뼈와 연골을 제거하고 안전한 인공관절로 교체해 통증을 줄이고 다리의 정렬을 바로잡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절개 범위를 최소화한 최소침습수술과 ‘스피드 인공관절’ 및 ‘무수혈 인공관절’ 시스템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양측 무릎 동시 수술이 가능해져 고령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또한 로봇 인공관절수술 수술을 통해 더 정교하고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해졌다.

수술 후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일상 복귀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반복적이고 무리한 농사일은 피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걷기, 계단 이동, 가벼운 집안일 등 기본적인 활동을 불편함 없이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통증이 사라진 삶”이 주는 변화가 크다. 밤에 통증 때문에 깨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올라가고, 일상의 만족도는 크게 향상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진행성 질환으로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통증을 참으며 시간을 보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관절 변형이 심화되어 오히려 치료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농한기를 맞아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무릎의 신호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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