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숏폼이 청소년 뇌 발달 위협…플랫폼 설계 책임 강화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전 06:47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청소년의 SNS·숏폼·AI 이용이 빠르게 늘면서 주의력 저하와 정서·사회성 발달 지연 등 부작용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현행 정책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과의존이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중독적 설계에서 비롯되는 만큼 단순한 이용 시간 규제를 넘어 플랫폼 설계 책임과 예방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19일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청소년의 미디어 과의존 현황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2025년 제4차 청소년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이지은 기자)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19일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청소년의 미디어 과의존 현황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2025년 제4차 청소년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우리나라 미디어 과의존 문제는 성인·고령층보다 유아동·청소년에서 두드러진다. 과학기술정통부의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2.6%로 증가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성인은 22.4%로 비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청소년 10명 중 6명은 본인이 스마트폰에 의존적인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숏폼 이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비율(42.2%)이 가장 높고 알고리즘 추천의 영향을 받은 시청 경험(47.8%)도 제일 많았다.

문제는 이처럼 중독성이 강한 시스템을 기업이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14개주는 메타가 ‘좋아요’와 ‘무한 스크롤’, ‘스토리·라이브’ 등을 통해 이용자의 경쟁심과 불안감을 자극해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만들고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악을 미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틱톡의 경우 소송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어릴수록 끝없이 흐르는 동영상 피드에 가장 쉽게 끌려들며 강박적 사용이 부정적인 정신 건강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출시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장은 “플랫폼 설계 구조가 청소년의 뇌 발달 특성과 결합하며 과의존을 강화하는 구조”라며 “해외 연구에서도 청소년기의 반복적 SNS 이용이 2년 뒤 집중력·인지 기능 저하와 유의미하게 연결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개인의 자제력 문제로만 해결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필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늘어나는 ‘반려 인공지능’ 서비스를 언급하며 “항상 응답하고 거절이나 갈등이 없는 AI와의 상호작용이 대인관계 기술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셧다운제 같은 규칙 기반 규제는 기술 변화에 뒤처진다”며 “플랫폼에 위험 식별·완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원칙 기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설문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과의존 진단 방식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용자의 실제 이용 패턴을 반영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디어 과의존 문제는 가정 환경, 부모의 중재 수준, 개인의 내성적 특성, 선호 콘텐츠 요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개인에 맞는 정확한 진단 도구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 체계 대한 기술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19일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청소년의 미디어 과의존 현황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2025년 제4차 청소년정책포럼’을 개최했다.(사진=이지은 기자)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금경희 서울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은 “환경을 강제로 차단한다고 과의존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청소년의 자기조절 능력 발달에는 시간과 반복적 상담이 필요하고 가족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에도 6개 센터에 불과한 상담 인프라 상황을 지적하며 “수요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구 단위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관련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은주 성평등부 청소년정책관은 “과도한 미디어 이용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실이며, 우리나라도 국제기조와 비슷하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AI가 보편화된 시대에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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