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급식 공백…"밥 대신 빵으로 점심"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4:45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학교 급식과 돌봄 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총파업에 나섰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꾸려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와 교육당국이 임금교섭을 진행해왔지만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이번 파업에 따른 돌봄 공백은 크지 않았지만 밥 대신 빵이 급식으로 나오는 등 학생·학부모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20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처우개선 예산확대 관련 법령 정비 촉구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교 급식·돌봄 담당 비정규직, 릴레이 파업 돌입

학비연대는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총파업을 선언하는 파업대회를 열었다. 대표 발언에 나선 정인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상시로 일하면서도 저임금 차별을 받으며 방학이 되면 임금마저 끊긴다”며 “저임금 차별 해소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비연대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로 구성됐으며 올해 4월 기준 약 9만4000명이 가입해 있다. 이날 학비연대는 서울뿐 아니라 인천, 강원, 세종, 충북 등 각 지역에서도 동시에 파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는 21일 광주·전남·전북·제주, 다음달 4일 경기·대전·충남, 같은 달 5일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등 총 4차례에 걸쳐 릴레이 파업에 나선다. 학비연대는 파업 당일 국회에 집결하는 5000명을 포함해 4차례 파업에 4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학비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건 교육부, 각 시·도교육청과의 2025년 집단임금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교섭을 진행해왔으며 학비연대는 △교육공무직 임금체계 개편 △기본급·명절상여금 격차해소 △방학 중 무임금 해소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기본급 7만 2000원 인상, 명절휴가비 연 5만원 인상 등을 제시하고 다른 요구안은 대부분 수용 불가 의견을 유지했다.

급식, 밥 대신 빵으로…돌봄 공백은 최소화

이번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일부 유치원과 학교는 유치원생·학생들에게 빵과 우유, 과일 등 대체식으로 급식을 제공했다. 일부 학교는 학생·학부모에게 도시락을 지참해도 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교육부 집계 결과 20일 오전 11시 기준 파업 대상 지역의 학교 3298곳 중 급식을 운영하지 않은 곳은 1089곳으로 33%를 기록했다. 이 중 34곳은 급식을 실시하지 않고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식으로 파업에 대응했다.

돌봄 업무 공백은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 1480곳 중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은 학교는 1.6%인 25곳으로 나타났다. 전체 돌봄교실 4307곳 중에서도 운영하지 않은 곳은 327곳으로 7.5%에 그쳤다. 유치원 돌봄 역시 비교적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돌봄에 참여하지 않은 유치원은 1.9%인 20곳으로 집계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20일 충북 청주시 한 초등학교가 간편식으로 점심 급식을 대체해 배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년 반복되는 파업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으로 학생 학습권·건강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하진 충남 강경상업고 학생은 “매년 파업 소식이 들릴 때면 ‘이번에는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며 “노동자의 권리와 학생의 건강은 모두 지켜져야 하는데 투쟁의 방식이 우리의 영양을 담보로 한 부실 급식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자녀가 중학생인 학부모 강 모씨는 “점심으로 카스텔라와 초코우유만 나온다 하길래 배고플 것 같아 볶음밥과 과일을 같이 싸줬다”며 “거의 매년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데 학생들이나 학부모나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성토했다.

“학교는 필수 공공재…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할 법 마련해야”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0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에 교육계 일각에선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필수공익사업은 공중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는 공익사업 중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업을 의미한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 참가자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철도, 항공,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석유공급, 병원, 혈액공급, 화폐(한국은행), 통신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급식·보건·돌봄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지금은 학교 현장이 파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따른 대체인력 투입 등 최소한의 방어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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