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의정문화 갖추지 못해"…여의도 향해 '쓴소리' 남긴 법원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0일, 오후 05:02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지난 2019년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2019.4.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6년 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여야 충돌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야당 의원들에게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면서도 국회가 제 역할인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 등 26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중 현역인 나경원·송언석·김정재·윤한홍·이만희·이철규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나 의원에게 벌금 400만 원, 나머지 5명의 의원에게는 벌금 각 150만 원을 선고됐다.

이번 선고로 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6명은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국회법 166조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이 선고된 경우 의원직이 상실된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나 의원에 총 징역 2년, 송 의원에 징역 10월·벌금 200만 원 등을 구형했지만, 1심 선고는 의원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나왔다. 특히 나 의원은 벌금 100만 원 차이로 직을 지켰다.

이처럼 법원은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6년 전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을 두고 "숙의의 전당인 국회 내에서 물리력을 동원했다"고 평가하며 쓴소리도 남겼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회의 구성원들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성숙한 의정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높은 준법 의식이 요구되는 국회의원들이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준수하여야 할 국회의원 신분인 피고인들이 합법적인 수단이 아닌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입법 활동을 저지했다"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꼬집었다.

2019년 4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해 여야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나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이 과정에서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고, 의안과 사무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해 법안 접수 업무와 국회 경위의 질서유지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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