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충돌' 의원직 유지한 野 의원들 "불가피한 저항"…與 "몰염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7:05

[이데일리 정윤지 한광범 김한영 기자] 이른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6년 7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나경원 의원은 판결 후 “민주당의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측은 재판이 지연되고 검찰 구형에 못 미치는 선고에 대해 “정치적 무게로 판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선고 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경원 등 野 6인 직 유지…“과오 반성 위해 마련한 방식 위반”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재판장)는 20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나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벌금 총 2400만원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는 벌금 총 115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현직 의원 6명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법원은 피고인들의 적법한 정치 활동이었다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사례”라며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 신분인 피고인들이 불법을 동원해 동료의 입법을 저지하거나 국회 정상 운영을 방해한 거라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 국회 전체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 정책을 결정하는 성숙한 의정 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보인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의 행위가 간접적인 형태로 진행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나 의원과 송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 사건 현직 의원 중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모두에게 의원직 상실형을 구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역 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김정재, 윤한홍, 이만희, 이철규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400만~1000만원을, 국회법 위반 혐의로는 150만~400만원을 내렸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는 두 혐의에 대해 총 19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측과 검찰은 판결문 검토 등을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나 “정치적 사건으로 재판 유감” vs 與 “파렴치함”

나 의원은 선고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치적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정치적인 사건을 이렇게 5년 동안이나 사법재판으로 가져온 것에 대해서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그러나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의 정치적인 저항, 항거에 대한 명분을 인정했다. 결국 민주당의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오늘의 판결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저항’이었음을 분명히 확인한 결정”이라며 “이 사태의 책임은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국회의 폭력 사태를 유발한 거대 여당의 오만에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 벌금형 선고에 유감을 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나 의원의 주장에 대해 “파렴치함”과 “몰염치”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민주당을 ‘의회독재’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왜곡일 뿐 아니라 사법부 판단까지 정치적 수사로 덮어씌우려는 만행”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반드시 항소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19년 당시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다 발생했다. 나 의원 등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사무실을 막고 회의 진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한편 이날 1심 선고는 사건 발생 약 6년 7개월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 수가 26명이 검찰 제출 증거가 200개가 넘는 등 용량이 합계 6테라바이트를 넘는 등 증거가 방대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결심공판도 오는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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