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1심 선고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에게 벌금 총 2천400만원을, 당 대표였던 황교안 전 총리에게 벌금 총 1천900만원을 선고했다. 2025.11.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중 옛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한 1심 판결이 사건 발생 약 6년 7개월 만에 나왔다. 사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불출석과 반복되는 기일 변경 등으로 절차가 지나치게 장기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2000만 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 원을 각 선고했다. 나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019년 4월 25일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법안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국회 의원과를 점거하면서 충돌이 발생한지 꼬박 6년7개월이 걸렸다. 재판에만 걸린 시간을 보면 2020년 1월 법원에 기소된 이후 5년 11개월여 만에 1심 결과가 나오게 됐다. 20대 국회 때 시작한 재판이 22대 국회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재판이 장기화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다수의 피고인에 대한 각각의 충돌 과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장기간 심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방대한 증거 자료와 절차의 복잡성 등 복합적인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공소장 접수 이후 약 6년 동안 재판을 진행한 데에 대해 "이 사건의 피고인 수가 26명이고 검사 제출 증거의 수가 2000개가 넘으며 관련 증인의 수가 50명이 넘고, 증거로 제출된 영상 파일의 수가 300개로 합계 6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등 증거가 방대했다"며 "이를 형사소송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증거조사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증인의 수는 비록 50명 남짓이지만 피고인들의 수가 26명이어서 각기 반대신문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수백명의 증인을 신문한 것과 마찬가지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피고인들이 국회 일정과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출석하거나 기일을 변경하는 일이 잦아 재판이 수시로 지연된 측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11일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자유한국당 재판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이 건강검진을 이유로 변론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하자 재판부가 이를 불허하며 피고인을 꾸짖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 종료 전 피고인들을 향해 "정해진 재판에 참석하는 게 피고인의 의무이고,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불출석을 예고했을 때 참석하라고 하는 게 제 의무"라고 강조했다.
'재판의 신속성'이 꾸준히 강조되는 상황에서 수사·재판 지연 등 이른바 '지체된 정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이 재판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던 셈이다.
검사 출신인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6년 이상씩 1심이 걸리는 경우는 아주 희귀한 경우"라며 "2년 내지 3년이면 긴 것인데 6년 7개월은 이례적이며 그 이유는 이 사건이 정치적인 색채가 강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권이 바뀌는 등 정치권력 간의 역학 관계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며 "이는 법원의 재판도 상당 부분 정치적인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와 정치권에 대해서는 "정치권력 간의 싸움을 자체적으로,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의 영역으로 넘겼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잘한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하고, 정치권력 간의 협상을 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인데 그 부분을 잘 못했기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출석을 미룬다던가 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우리 법원이 어떠한 자세를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되돌아볼 큰 숙제를 남겨놓은 것이라고 본다"며 "정치권 역시 법원의 의사결정이나 소송 지휘에 대해서 소위 법치주의라는 관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