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딸 야산에 묻었는데…법원 "살인 증거 없다" 무죄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8:44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10년 전 생후 6일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망 경위가 확인되지 않아 ‘살해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김병주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기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A씨 진술의 일관성 등을 비춰 아이가 사망한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공소사실에 적시된 범행 방법은 추측에 가깝고 사망하게 된 정확한 경위가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며 “A씨의 고의·과실과 무관한 영아 돌연사나 사고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정상적 사고를 가진 모친이라면 당연히 취했을 행동들을 하지 않은 점, 사건 뒤 주변에 ‘입양 보냈다’고 허위 설명한 점, 시신을 암매장한 정황 등은 의심스럽다”면서도 “살해 동기를 확신할 수 없고 과실치사·유기치사·아동학대치사 등 다른 범죄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2월 10일 생후 6일 된 딸 B양에게 제때 분유를 주지 않고 침대에 방치해 사망하게 한 뒤 같은 날 부산 기장군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남편과 협의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고 홀로 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고와 심리적 압박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3.3kg으로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다지증(발가락이 6개인 장애)을 가지고 있었다.

A씨는 법정에서 “아이를 굶겨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살해 고의를 부인했다. 단유약 처방을 받아 둔 사실에 대해 검찰이 ‘범행 준비 아니냐’고 묻자 A씨는 “당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앞서 경찰조사에서도 A씨는 “집안일 하다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며 “경황이 없어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정부가 2023년 7월 출생기록은 있으나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영아’ 2,123명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사건을 인지한 뒤 B양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장군 일대를 수색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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