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윤석열에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 전가하냐"(종합)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0일, 오후 11:40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9/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열린 내란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 관련 지시 여부를 놓고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설전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속행 공판에서 증인 홍 전 차장을 상대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13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방첩사에서 체포 명단을 갖고 활용하는데 지원을 요청한다"면서 '위치 추적'을 요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해당 증언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증인신문 말미에 "위치 추적은 영장 없이 안된다"며 "여 전 사령관이 그 말을 했을 때 '이 친구, 완전히 뭘 모르는 애 아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냐"고 묻자 홍 전 차장은 "들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사령관이라는 놈이 수사의 시옷 자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냐"며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걸 시키고 여 전 사령관은 지시를 받아 이런 걸 부탁한다는 게 연결이 안되지 않느냐"고 거듭 추궁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그러면 여 전 사령관이 독자적 판단으로 체포하려고 한 거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이 "그 이야기는 계속했다"며 말을 끊자 홍 전 차장은 "그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위 내용을 거듭 질문하자 "대통령이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일개 군사령관이 이재명 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여당 대표를 체포·구금하고 신문하겠다고 하겠느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여 전 사령관이 왜 그런 요청을 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수사를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라고 하자 홍 전 차장은 "평소 같은 합법적(상황)이라면 영장이 필요하겠지만 비상계엄이 발령됐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는 게 이미 탈법적 상황이지 않느냐"며 "탈법적, 초법적 상황이기 때문에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洪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반국가단체 아니지 않나"
이날 재판에서는 계엄 당시 "싹 다 잡아들이라"는 윤 전 대통령 발언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10시 53분쯤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 때 방첩사 수사관이 50% 이상 줄었기 때문에 방산에 대한 방첩 대응이라든지 이런 게 부족해 국정원이 많이 도와주라는 얘기를 정무회의에서 들어봤냐"고 물었다.

이어 "대공 수사권 이런 이야기는 국정원이 (방첩사의) 콘트롤타워로서 좀 확실하게 지원해 주라는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 생각 못했냐"며 "'방첩사 역량 보강 좀 해라' 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받아들이진 못했냐"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질문 취지는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대공 수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방첩사 지원을 주문한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질문에 "싹 다 잡아들이라는 얘기는 누구를 잡아들이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말도 안 썼고, 반국가단체라는 말도 안 썼는데 내 계엄 선포 담화문을 보고 잡아들이라는 얘기를 반국가단체로 이해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며 "반국가단체는 대공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거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 전 사령관이 제게 소위 체포조 명단을 불러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 반국가단체는 아니지 않나"고 답했다.

재판부, 내년 1월 중순 결심…3일간 최후변론 예고
이날 재판에서는 홍 전 차장의 '체포조 메모'의 신빙성도 쟁점이 됐다.

홍 전 차장은 체포조 명단과 관련한 이른바 '체포조 메모'를 총 4번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시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체포조 명단을 자필로 받아 적은 포스트잇 1차 메모 △보좌관을 시켜 정서(正書)한 2차 메모 △보좌관이 다음 날 기억에 의존해 다시 작성한 3차 메모 △홍 전 차장이 가필((加筆)한 4차 메모 등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보좌관 기억에 의존해 재작성해 보라고 한 게 맞느냐"며 최초 작성한 자필 메모와 보좌관이 작성한 메모가 동일하지 않다면서 메모의 신빙성을 잡고 공격했다.

홍 전 차장은 "다른 게 아니라 추가된 것"이라며 "기존에 있던 부분에 추가해서 메모했다는 뜻이지 처음과 다음이 다르다고 해석하는 건 오류"라고 맞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4일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이후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소환할 계획이다.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전직 군 수뇌부 3명,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 등 전·현직 경찰 지도부 4명의 세 사건을 병합하고 내년 1월 중순쯤 최후 변론을 3일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오는 1월 5·7·9일 최후변론과 PPT를 통해 최종적으로 얘기할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만 증인신문 등 절차가 지연될 것을 대비해 1월 16일까지 예비기일로 잡아뒀다.

내란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 기소된 이래 약 1년 만에 변론이 종결될 전망이다. 아울러 선고는 통상 결심공판 이후 한두 달 걸릴 것을 감안해 2월 중순 법관 정기 인사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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