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배 걷어찼어" 5세 아동들 눈물...말없는 CCTV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전 09:5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강원 춘천시 한 유치원에서 교사에게 “배를 걷어차였다”는 아이들 진술이 나와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게티 이미지)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5살 A양은 하원 후 부모에게 “학예회 연습을 하지 않고 딴짓했다는 이유로 교무실로 불려 가 배를 걷어차였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다음날 학예회를 앞두고 있었다.

A양은 “배를 걷어차여 뒤로 밀려났고, 아파서 우는 동안에도 계속 혼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양 부모는 이튿날 곧장 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뒤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 교무실은 물론 교실에는 CCTV가 설치만 돼 있을 뿐 통신연결이 안 된 상태라 영상이 전혀 녹화되지 않아 사실 여부를 가려낼 수 없었다.

다행히 복도에 설치된 CCTV는 작동 중이었고 이에 A양이 교사와 함께 교무실을 출입한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교무실에 교사와 A양뿐이라 목격자가 전혀 없어 폭행 여부는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때 새로운 피해자로 추정되는 B군이 등장했다. CCTV 확인 과정에서 A양에 앞서 B(5)군도 교사와 교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는데 B군이 교무실서 나올 때 울면서 나오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B군은 당초 피해 사실을 부모에 알리지 않았으나 사건이 공론화되자 그제야 부모에게 “나도 배를 강하게 3번 걷어차였다”고 말했다.

B군은 지난 9~10월쯤 교사에게 폭언을 들은 사실도 확인됐다. B군은 평소 손을 빠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를 교정하던 교사가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말한 것이다.

해당 발언은 B군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다른 아동들도 들어 학부모들이 B군 부모에 “발언이 진짜냐”고 되물어 올 정도였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A양과 B군 부모는 교사가 아이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부모들은 “최근 사례 외에도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맞은 적이 있다고 얘기한다”며 “학기 초부터 선생님이 무섭다고 했을 때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했다”고 자책했다.

유치원 측은 곧장 교사를 학급에서 배제하고 다른 교사를 투입했다. 현재 해당 교사는 휴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는 매체에 아동학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예회 준비에 집중하지 못해 교무실로 데리고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위협적이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교사는 “평소에는 복도에서 지도하지만 그날은 학예회 준비로 복도가 혼잡했다”며 “여러 아이가 지나다니고 있어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거나 불편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교무실에서 대화했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왜 집중이 어려웠는지 먼저 묻고, ‘내일 부모님이 오시는 것 알고 있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니?’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격려한 게 전부”라고 주장하며 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가위 폭언’에 대해서도 “학기 초부터 꾸준히 지도했고, 습관이 나타날 때 손을 잡아주며 부드럽게 제지하는 방식으로 도왔다”고 말했다.

A양과 B군은 해바라기 센터에서 녹화 등을 비롯한 진술을 마친 상태다. 춘천경찰서는 내용은 살핀 뒤 주중으로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부모들이 공통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건 CCTV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이다.

2015년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돼 어린이집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을,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근거해 운영되기 때문에 유치원 CCTV는 강제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치원 측은 “개원하며 CCTV를 설치했지만 가동을 위해 학부모와 교직원 등 교육정보 주체들이 모두 다 동의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가동 논의를 한 적은 없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유치원도 CCTV를 의무화하는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종료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며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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