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뉴스1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보상 사건 업무를 담당하면서 얻은 개인정보로 단체대화방을 만든 뒤 그 대화방에서 주민 실명과 동·호수를 공개했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민들이 사전에 피해보상 업무와 관련해 개인정보를 사용하도록 한 동의서에 실명과 동·호수를 적고 서명한 만큼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행정사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A 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다른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를 상대로 주민 피해보상 업무를 맡으면서 주민 280여 명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
그런데 A 씨는 2022년 4월 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든 뒤 자신의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일부 주민들의 실명과 동·호수를 호명하며 게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허락 없이 누설했다는 취지다.
1심은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주민들은 별도의 대화명을 사용했고 자신의 실명이나 동호수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게시하자 이에 반박·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실명과 동호수까지 함께 게시했다"고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할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봐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1심과 같은 논리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50만 원형이 다소 무겁다며 벌금 30만 원으로 감액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아예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을 비롯해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주민들은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서 자신들의 실명과 동․호수가 사용되는 데 대해 사전 동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A 씨가 주민들에게 인근 소음 피해보상에 관한 조정신청, 국가기관 탄원, 카카오톡 대화방 개설 등 그 피해보상 업무와 관련한 동의서 작성을 요청했고, 피해자들이 동의서에 실명과 아파트 동·호수, 전화번호 등을 기재하고 서명·날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일부 주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실명과 동․호수를 밝히거나 다른 주민을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 초대하면서 해당 주민의 실명과 동․호수를 언급하는 등으로 특정했고, 찬조금 납부 주민들의 실명과 동·호수 또한 공개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수사 개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고발로 이뤄졌는데, 오히려 피해자들은 '단체대화방에서 실명과 동·호수가 사용·공개되는 것을 알고 서명 동의했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사전 동의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함으로써 이를 누설했다고 봐 유죄로 판단했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