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윤석열·이종섭 12명 기소…"중대 권력형 범죄"(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후 01:09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수사외압과 관련된 피의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수사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 1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특검은 피의자들의 주거지 압수수색, 피의자 및 참고인 130회 조사 끝에 약 2년간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VIP 격노’의 실체를 파악했다”며 “혐의자에서 사단장 등을 제외하라는 취지의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 따라 이 전 국방장관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라는 위법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했던 해병대 수사관에게 국방부가 조직적인 보복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거 CCTV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2025.11.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2명 무더기 기소…직권남용 및 위증 혐의 대부분

특검은 수사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검찰단장이 재판에 넘겼다.

이 전 국방장관은 이같은 지시를 구체적이고 조직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조태용 전 실장은 경찰로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한데 관여하고 국회업무보고에서 거짓으로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박정훈 대령과 김계환 사령관에게 초동 수사 결과를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연락으로 압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태근 전 국방부정책실장과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에게는 지난해 6월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거짓 증언으로 모해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김계환 전 사령관 역시 항명 재판에서 거짓 진술한 모해 위증과 국회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령의 항명 수사를 주도한 김동혁 전 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2023년 8월께 국회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군사경찰조직개편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위 답변자료를 국회 의정자료전산유통시스템에 업로드 한 혐의로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과 이모 조직총괄담당관도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피의자로 입건됐던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은 범죄 규명을 위해 조력한 사정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0.27 (사진=연합뉴스)
◇尹 격노 원인은 ‘불분명’…최종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번 수사외압 의혹 결론은 ‘VIP 격노설’이 등장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나오는 것이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열린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질책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이 전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군에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하급자부터 고위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며 어떻게 되느냐, 내가 누차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고, 이 전 국방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 후 14초 만에 김계환에게 전화해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했다.

특검은 부당한 지시를 내린 최종 인물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고 봤다. 큰 틀에서 이른바 ‘VIP’ 격노로 이 전 국방장관이 김계환, 유재은, 박진희, 김동혁 등에게 각각 박정훈 대령의 보직해임, 경찰에 이첩된 기록회수 및 이관, 수사 견해 변경, 항명 수사 등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브리핑에도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했다는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특검은 “대통령이 사건에 개입한 것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임성근 구하기 때문인지는 수사를 해오고 있지만 공소장에 그 내용이 드러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특검은 출범부터 다른 목적이었더라도 대통령이 개별 수사에 개입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판단을 내려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격노가 사고나 재발을 방지하라는 취지의 호통 또는 의견 수준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특검팀은 “단순히 수사결과에 1회 정도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국방장관까지 이견 없이 결재하고 정당한 절차로 이첩된 수사결과를 회수해오라는 지시와 이후 보복으로 항명수사를 하고, 군사 경찰을 축소한 이런 점들이 통수권자의 재량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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