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법학회·한국비교형사법학회·한국형사정책학회·한국형사소송법학회·한국피해자학회 등 형사법 5대 학회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형사사법 개혁 현안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성가현 기자)
원재천 한동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 제1세션에서 피해자 변호사가 재판 절차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원 교수는 “국제전범재판소의 경우 피해자 변호사도 준당사자로 재판에 참여한다”며 “예를 들어 피해자 변호사가 수사판사에게 ‘이러이러한 부분은 검찰이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정수경 법무법인 지혜로 변호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다고 해서 말을 듣는 피의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범죄 피해자도 마찬가지다”라며 “경찰에서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검찰에서 왜 이런 결정문을 내렸는지, 판사는 왜 저렇게 말하는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과거 사례를 들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몇 년 전 딸이 성폭행을 당한 어머니가 계셨는데, 피고인이 구속기간이 만료돼 석방됐다”며 “그러자 어머니가 사태를 오해하고 무죄로 판결이 났다고 생각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판사에게 보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돕는 국선 변호사가 수사기관의 과정과 법원의 결정과 처분을 민간인의 말로 통역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면 소통적 정의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반면, 피해자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의 피해 호소 및 엄벌 탄원이나 합의 시 중재하는 역할이 피해자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전부다”고 말했다.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정보 접근도 제한되는데, 기준이 없고 판사의 재량이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해선 “수사종결권이 경찰로 넘어간 이후 불송치 결정문이 성의 없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보완수사권마저 폐지가 되는 현실 앞에서 과연 범죄 피해자들이 검찰개혁 속에서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형사사법의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중대한 변화 속에서 국민이 좀 더 빠르고 정확하며 풍성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입법이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입법은 정치권력적인 지형하에서 국민을 패싱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