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쿠팡 새벽배송 밤샘 취재기…사남매 母 "왜 생계 쥐고 흔드냐"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1일, 오후 06:57



쿠팡 위탁업체 소속 새벽 배송 기사와 11시간 이상 동행해 업무 체계를 관찰한 결과 기사를 지나치게 과로로 몰아가는 요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협력업체와 기사 개개인 성향에 따라 여건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9일 밤 8시 30분 경기 고양 일산에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위탁업체 HR그룹 소속 새벽 배송 기사인 윤지나(44) 씨를 만나 함께 출근했다.

물류센터에 들러 물건을 싣고 배송을 마치는걸 '회전' 또는 'n차'로 표현한다. 윤 씨는 "새벽 배송 기사들 대부분 3회전을 소화하고 일부는 2회전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씨도 3회전을 돌았다.

(뉴스1TV 갈무리)

윤 씨는 19일 저녁 9시에 배송물량 136개를 실었다. 이튿날 오전 12시 54분 배송을 마쳐 1회전을 끝냈다. 이후 새벽 1시 49분, 새벽 3시 46분 2회에 걸쳐 추가로 199개를 실었다. 아침 6시 21분이 되자 2~3회전 배송이 한꺼번에 끝났다. 새벽배송 시한은 오전 7시까지다.

배송 기사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마감 시간'보다 주민들의 '기상 시간'이다. 새벽 5시가 다가오자, 윤 씨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했다.

심야에는 배송이 필요한 층에만 들러 문이 열리면 짐을 놓고 닫히기 전에 탑승할 수 있다.

주민들이 일어나 외출하기 시작하면 엘리베이터를 홀로 쓸 수 없어 배송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주차 시비가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주 5일 보장에 휴가도 직장인처럼... 위탁업체마다 천차만별

이날 배송량은 총 335건. 윤 씨는 "편하게 배송한 물량"이라고 밝혔다.

'차수가 늘어날수록 감당하지 못할 물량이 쏟아지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윤 씨는 "물량이 너무 많을 땐 위탁업체 관리자가 나눠 배송할 기사를 배정해 준다"며 "빨리 끝낸 기사가 물량을 소화 못 하는 기사를 돕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윤 씨는 휴무나 휴가도 이처럼 같은 위탁업체 소속 배송 기사 간 근무일 조정으로 보장된다고 했다. "주 5일이 아니라 주 4일을 하는 분도 있다"며 "가족 행사로 해외여행을 1주일 가야 한다면 다른 팀원이 배려해서 더 일을 나와주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과도한 물량을 공유하거나 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예비·분담 기사' 체제가 없는 위탁업체 소속 기사들은 의사와 무관하게 주 6일, 주 7일 근무로 내몰릴 수 있다.

기사 개개인이 수익을 위해 자처해서 휴무를 줄이는 걸 위탁업체가 용인할 수도 있다.

누굴 위한 새벽 배송 제한? "생계 수단 쥐고 흔들지 말라"

윤 씨는 새벽배송 제한 논의를 두고 "저희처럼 관리가 잘 되는 회사가 있는 반면에 잘 안되는 회사가 있어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냐"며 "편법을 쓰는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피해를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씨는 "주간 배송 경험도 있다"고 밝히며 "같은 업무량이라고 가정했을 때 새벽 배송이 제한되면 수익이 월 150만원은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4남매의 엄마이기도 한 윤 씨는 "여자가 심야에 배송한다는 건 정말 절실한 거다"라며 "새벽 배송 제한 논의는 저희들을 생각해 주는 게 아니라 남들 자는데 일어나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 수단을 쥐고 흔드는 걸로밖에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ss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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