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비행기에 '승객 단 3명'…무조건 '눕코노미' 가능한 이 노선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후 07:01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승객 180명을 태울 수 있는 여객기에 단 3명만 앉아 이륙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괌 노선 등 일부 국제선이 ‘텅 빈 비행기’로 운항되는 배경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적용된 공정거래위원회 공급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괌에서 부산으로 향한 대한항공 KE2260편에는 승객이 단 3명 탑승했다.

해당 항공기의 좌석 수는 180석 규모로 기장·부기장과 객실 승무원 4명 등 최소 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점을 고려하면 승무원보다 승객이 적다.

지난 1일 부산발 괌행 항공편의 탑승객도 4명에 불과했으며, 지난 2일 대한항공 부산~괌 왕복 항공편의 총 승객 수도 19명에 그쳤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해당 노선 평균 탑승률도 10~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괌 노선의 탑승률이 급락한 것은 여행 수요 변화에 따른 ‘노선 인기 하락’과 공정위 규제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에 부산~괌, 부산~세부, 부산~베이징, 부산~다낭, 부산~칭다오 등 일부 국제선의 공급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10년간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합병 이후 항공사들이 노선을 임의로 축소해 독과점이 강화되고 운임이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괌이나 세부는 과거 인기 휴양지였으나 최근 환율 상승, 여행 경로 다변화, 베트남 푸꾸옥·필리핀 보홀 등 경쟁 휴양지의 성장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공급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지방 공항 노선 다변화와 신규 노선 취항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효율적 공급을 유지하느라 정작 수요가 있는 신규 노선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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