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성조숙증 18만 명 시대, 이젠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전 12:03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다. 성조숙증은 더 이상 드문 진단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아이가 18만 명 정도 된다. 이제 성조숙증은 특정 아이에게만 발생하는 특별한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한 ‘소아 건강의 흐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묘한 현상이 있다. 독감 바이러스가 조금만 유행해도 예방접종을 서두르고, 마스크를 챙기고, 손 씻기까지 철저히 한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독감에 걸릴까’ 하는 불안이 부모를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성조숙증만큼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예방하려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왜일까. 성조숙증이 대부분 유전이고, 어쩔 수 없고,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하지만 수십 년간 성조숙증을 진료하며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성조숙증은 유전보다 환경과 생활습관의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이다.

사춘기 조기 발현은 뚜렷한 시작 신호가 있다. 여아는 키 130cm 전후, 체중 30kg 안팎에서, 남아는 키 140cm 전후, 체중 40kg 즈음에서 가슴 멍울, 체취 변화, 고환 크기 증가 같은 변화가 가장 흔하게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키·몸무게의 변화가 아니라, 사춘기 시계가 켜지는 지점이다. 이때 부모가 사춘기 검사를 단 한 번만이라도 해본다면, 진행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부모가 “아직 괜찮겠지” 하고 넘긴다는 점이다. 성조숙증은 결코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몸은 반드시 사전에 신호를 보내고, 그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다. 지방이 늘어나면 성호르몬이 자극되고, 단 음료와 가공식품은 인슐린 과잉을 통해 사춘기 시계를 빠르게 돌린다. 밤늦게 보는 스마트폰은 멜라토닌을 떨어뜨려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 이런 생활습관 신호들이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이른 사춘기’로 발현될 뿐이다.

그래서 성조숙증 예방은 어렵지 않다. 단 음식을 줄이고, 밤 10시 이전 취침을 하고, 스마트폰을 줄이고, 주 3회 이상 운동하며, 성장판·사춘기 검사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된다. 이 다섯 가지가 바로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성조숙증 치료를 고민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예방을 선택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듯이, 마스크를 챙기듯이, 성조숙증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1년에 18만 명의 아이들이 성조숙증을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수치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지금 이 시대 아이들의 생활환경이 보내는 경고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성조숙증은 막을 수 있고, 늦출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 성조숙증을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 모든 부모에게 필요한 첫 번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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