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귀에 맴돌아”…‘어린이집 원장’이 살해한 9개월 영아[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전 12:00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2023년 11월 22일,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베트남 출신 피해 아동 어머니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돌고 있다. 우리 아이를 학대로 죽음으로 내몬 사람에게 제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어린이집에서 숨진 생후 9개월 영아의 부모와 지인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린이집 원장 A씨는 2022년 11월10일 천 모군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린 자세로 눕히고 머리까지 이불을 덮어 쿠션을 올린 뒤 그 위에 엎드려 약 14분 간 압박해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아동인 천군(베트남 국적)은 베트남 부부가 결혼 4년 만에 얻은 아이였다. 그런데 2022년 11월 3일 어린이집 첫 등원을 한 천군은 불과 일주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A씨는 천군의 입과 코가 정면으로 베게에 파묻히도록 엎드리게 하고는 버둥거리는 아이를 자신의 몸으로 눌렀다. 이렇게 7분동안 아이를 누르고 있던 A씨는 아이가 버둥거림을 멈추고도 7분을 더 누르고 있다가 내려왔다.

A씨는 천군의 사망을 3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아챘다. 낮잠 시간이 지났는데도 천군이 일어나지 않자 A씨는 119에 신고를 하고 인공호흡을 시작했지만 이미 사후경직이 진행된 후였다. 천군은 압착성 질식과 코, 입 막힘 질식이 결합한 형태의 질식으로 사망하게 됐다.

천군의 사망 이전에도 A씨의 아동학대 행위가 있었다. A씨는 생후 10개월 된 B에게도 별다른 이유 없이 손으로 피해아동의 머리를 밀쳐 넘어뜨리거나, 태국 국적의 C군(2세)이 밥을 바로 받아먹지 않아 화가 난다는 이유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머리와 등을 때리는 등 신체적으로 학대했다.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살해하려 했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 측은 아동살해죄가 인정되지 않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심에서까지 피고인은 사망한 피해아동의 부모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이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점, 일부 피해아동 보호자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아동학대 혐의 일부가 무죄로 판단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18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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