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시달리다 뇌출혈 사망…주 60시간 미만 일했다고 산재 아니라는 공단

사회

뉴스1,

2025년 11월 23일, 오전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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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과로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사망했는데도 1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로복지공단 판단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사측 기준으로만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평가해 산재가 아니라고 한 공단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하면서, 설령 평균 근무시간이 시행령 기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아무런 기저질환이 없던 근로자가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면 사망과 업무 사이 관련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A 씨 자녀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의류 가공업체에서 일하던 60대 A 씨는 2023년 6월 일하던 중 팔다리 마비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이송됐다. 약 한 달간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뇌내출혈'이었다. A 씨 자녀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사망 전 A 씨의 근무시간이 주 60시간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뇌혈관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있는데,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발병 전 4주간 평균 업무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발병 전 12주간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돼 있다.

공단은 회사 측 진술 등을 토대로 A 씨가 주 6일 근무했고, 발병 전 12주와 4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1시간 정도로 봤고, 이를 근거로 부지급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다.

법원은 A 씨의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는다고 봤다. 출근 시간인 오전 8시보다 앞선 오전 7시 전후로 근무를 시작했고, 오전 6시에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는 유족의 진술, 퇴근 시간 이후나 휴일에도 상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 씨가 수행한 업무는 고시에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설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업무 부담 가중요인을 고려하면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망 이전 뇌혈관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뇌출혈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거나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뇌출혈 발생에 기여했거나, 자연적 경과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산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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