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상품처럼 판매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기업의 자발적 감축 유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 안에서 배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여분이나 부족한 배출권은 사업장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46조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이를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그해부터 한국거래소가 배출권 시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죠.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 총수량을 정하고, 이를 기업에 분배하는 계획기간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적용대상은 △계획기간 4년 전부터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연평균 총량이 12만 5000t 이상인 업체 △2만 5000t 이상 사업장을 하나 이상 보유한 업체 △자발적으로 할당대상업체로 지정 신청을 한 업체입니다. 관리물질은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으로 총 6개입니다.
만약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배출권을 사거나 이듬해 배출권의 차입 등으로 최종 배출량에 해당하는 양만큼 배출권을 확보해서 반납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못한 기업에는 배출권거래법에 따라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배출권 시장은 잉여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서 배출권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있습니다. 시장 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평가입니다.
◇늘어나는 유상할당 비율…전기요금 인상 두고 산업계·정부 이견
내년부터 5년간 새로 적용될 제4차 계획기간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크게 3가지입니다. 바로 유상할당 비율의 증가와 배출허용총량의 감소, 그리고 시장안정화예비분 도입이죠.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제도 안착을 위해 배출권 전량을 무상으로 배분했습니다. 2차 시기(2018~2020년)에는 기업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유상할당 대상 업종에 할당량의 3%를,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는 10%를 유상으로 부여했습니다. 유상할당은 할당된 배출권을 정부가 일정한 경매로 일부 또는 전부를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기후부는 4차 계획기간에서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수출 비중이 높은 탄소누출업종 대부분에 100% 무상할당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엔 산업부문의 95%를 차지하는 철강, 비철금속,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이 포함됩니다. 반면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납니다. 나머지 부문도 앞으로 유상할당 비율이 15%까지 상향됩니다. 기후부는 유상할당으로 증가한 수익금을 전부 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배출권거래제에서 관리하는 목표배출량인 ‘배출허용총량’은 발전과 발전 외 2개 부문을 구분하고, 선형 감축경로를 적용해 총 25억 3730만t으로 설정됐습니다. 시장안정화예비분도 새로 도입됐습니다. 시정안정화예비분은 배출권 거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배출권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설정한 예비분입니다.
산업계는 새로운 계획이 전기료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7개 산업계는 공동 건의문에서 과도한 감축률을 적용한 할당량 산정이 기업의 실제 감축능력을 넘어서는 부담을 낳아 배출권 구매비용이 치솟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유상할당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 부담도 추가될 것이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브리핑에서 “배출권거래제에서 유상할당이 전기료 인상 요인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50%까지 단계적으로 올려가기로 돼 있기 때문에 석탄발전소의 소위 가격이 인상 효과들이 있는데 그만큼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발전과 대체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적절하게 믹스하는 계획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지는 전기본에서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정부는 2040년까지 15년간의 발전설비 보급의 법정계획을 담은 전기본 수립에 곧 착수할 예정입니다. 전기본은 2년마다 수립하는 15년 단위의 법정 전력수급 계획입니다. 향후 전력수요를 기반으로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지를 결정해서 미래 전기요금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제4차 계획기간의 변화가 앞으로 전기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쓸기잡’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