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3번 문항.[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에서 지문 설명의 오류가 있으며, 정답이 2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병민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글을 연속으로 게시하며 출제 방식의 타당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1~3번 지문과 관련해 "단순견해(the simple view of reading) 이론 설명이 잘못됐고, 3번 문항은 정답이 두 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해당 지문이 단순견해 이론의 핵심 요소인 언어 이해(language comprehension)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은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설명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단순견해에서 언어 이해는 듣기 이해(listening comprehension)를 의미한다"며 "글 읽기 경험을 통해 언어 이해가 발달한다는 지문의 설명은 이론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순견해 이론은 해독(decoding)과 언어 이해(language comprehension)를 독립 요소로 보고, 읽기 이해 = 해독 × 언어 이해로 설명하는 모델이다.
미국·영미권 교육·언어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독해 발달 이론 중 하나로, 연구에서는 언어 이해를 대부분 듣기 이해로 대체해 측정한다.
이 교수는 지문의 이론 설명 오류가 3번 문항의 선택지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항은 학생 A·B의 읽기·듣기 특성을 제시한 뒤 '적절하지 않은 진술'을 고르는 방식이다.
그는 "학생 A는 해독은 가능하지만 듣기 이해가 떨어지는 유형이고, 학생 B는 듣기 이해는 가능하지만 해독이 안 되는 문해력 미취득자에 가깝다"며 "이론에 근거하면 3번 선택지와 4번 선택지는 모두 성립하지 않는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제자가 의도한 것은 4번이겠지만, 이론과 지문 설명을 모두 고려하면 3번도 틀린 내용"이라고 했다.
또한 "단순견해는 대학원 세미나에서 논문 2~3편을 읽고 토론하며 다루는 내용"이라며 "고3 수험생이 지문을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 이를 정확히 해석해 정답을 찾는 것은 국어 능력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미 이의신청 기간은 지났지만, 학문 후속 세대와 수험생을 위해 시비는 가려야 한다"며 "이론을 오독한 지문을 기반으로 문제를 출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앞서 이충형 포스텍 교수와 유명 국어 강사 이해황 씨 등이 제기한 17번 문항 '정답 없음' 주장에 이어 두 번째다. 17번 지문은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논의를 다뤘고, 학계에서도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평가원은 지난 17일까지 이의 신청을 접수했으며, 심사를 거쳐 25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정답 변경 시 등급·표준점수 변동 가능성도 있어 수험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평가원이 정답 정정에 매우 보수적인 만큼 복수 정답 인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kjwowe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