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총회 폐막…화석연료 언급 없이 '벨렝 정치 패키지' 채택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3일, 오후 01:29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예정보다 하루 늦은 23일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에 폐막했다. 각국은 화석연료 퇴출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협상에 진통을 겪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합의문을 도출했다.

2025년 11월 22일 브라질 파라주 벨렘에서 열린 COP30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콜롬비아의 개입으로 본회의가 중단된 후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C) COP30 회장이 조언자들의 말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동협력’ 뜻하는 무치랑 결정문 채택…정의로운 전환 중요성 재확인

외신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의장국인 브라질은 올해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이 되는 해로서 컨센서스에 기반한 기존 협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기후위기의 긴급성을 고려해 그 이행을 가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무치랑(Mutirao) 결정문’ 합의를 주도했다. 총회 참가국 대표단은 합의문의 최종 문구를 놓고 2주간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다가 50여 시간에 달하는 당사국과 의장단 간 막판 철야 협상 끝에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결정문은 과학·형평성·신뢰·다자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공동협력의 중요성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 제출, 2035년까지 적응 재원 3배 확대, 기후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자발적인 전 지구적 이행 플랫폼 출범 등을 다루고 있다. 의장국은 무치랑 결정문과 △전 지구적 적응목표 △정의로운 전환 △전 지구적 이행점검 등 주요 의제를 ‘벨렝 정치 패키지’로 포괄해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국들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 경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정의로운 전환과 국내 기후정책의 연계를 강조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개도국과 선진국, 산유국 ‘동상이몽’ …유럽연합 양보로 절충안 통과

총회에서는 합의문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국가 간 마찰이 계속됐다. 이번 회의는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과 에너지 전환에 관한 사항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COP28 기후 정상회의는 유엔 기후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이루자고 합의했지만, 그 방법이나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올해도 브라질의 제안으로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빼자는 브라질의 제안에는 유럽연합과 아시아·태평양 도서국이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가 유럽연합 국가 대표들이 마지막 날 밤샘 협상 끝에 절충안을 받아들이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당사국들은 지난 2년간 글로벌 적응목표의 진척을 측정하는 지표 채택과 전환 방식, 재원 마련 등을 두고 다른 의견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은 전문가 그룹이 제시한 지표 후보군의 일괄 채택을 주장한 반면 아프리카 그룹은 2년간 추가 개선 작업을 거친 뒤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재원에서도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공공 재원만 측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선진국은 모든 국가의 재원 흐름을 포괄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며 대립했다.

그 결과 약 100개였던 후보군에서 일부가 삭제·수정된 59개 지표를 담은 ‘벨렝 적응 지표’가 최종적으로 채택됐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위해 선진국의 재원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기후재원 작업프로그램’을 수립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무역 조치 영향 우려↑…다음 총회는 튀르키예에서 개최

총회 참여국들은 주요국의 기후변화 관련 무역 조치가 국제무역의 흐름과 개도국의 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데 공감했다. 유럽연합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은 무역 관련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협의하자고 주장했으나,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다수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조 제5항에 따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차원에서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제64차 부속기구회의(SB64)에서부터 기후 관련 무역 조치를 ‘대응조치’ 의제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조 제5항은 일방적 조치를 포함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국제무역에 대한 자의적 또는 정당화할 수 없는 차별수단이나 위장된 제한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과 정기용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관계부처 담당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총회에 참석했다. 우리나라 대표단은 이번 총회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지역그룹 회의에서 재정상설기구(SCF) 이사회 이사(기재부 녹색기후기획과장) 재임이 확정됐고, 파리협정 제6.4조 감독기구 위원(기후부 국제협력관)에 진출했다.

내년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는 튀르키예가 개최국과 의장국을 맡게 됐다. 유치 의사를 밝힌 호주는 의제 협상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전 당사국총회(Pre-COP)는 태평양 도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2027년 제3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에티오피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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