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더 이상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근로 환경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23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과로사대책위 등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속도보다 생명이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상자와 "늦어도 괜찮아! 과로 없는 안전한 배송"이 적힌 피켓을 들고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새벽 시간 배달 업무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오승용 택배 노동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새벽배송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생명을 건 사회적 합의는 있을 수 없고, 누군가의 죽음을 담보로 한 서비스는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벽배송이 불필요한 상품을 주간배송으로 전환하고 분류작업 인원과 프레쉬백 회수 인원을 별도로 고용한다면 꼭 필요한 분들에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오전 0시~5시 사이 '초심야노동'도 근절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석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택배 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과로사 없는 새벽배송을 만들 수 있다"며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3차 사회적대화는 '과로사 없는 택배',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중지를 모아가는 자리"라며 "쿠팡과 택배사들은 과로사 없는 택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시민들이 직접 만든 피켓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찌는듯한 더위나 칼 추위에도 묵묵히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일하는 숱한 택배 노동자의 고귀한 삶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사회적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숨진 오 씨의 누나는 "동생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쿠팡의 과도한 노동 속도와 경쟁, 사람을 기계적으로 쓰는 구조적인 폭력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23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집회 현장 인근에 시민들이 직접 작성한 피켓이 걸려 있다. 2025.11.23/© 뉴스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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