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운영으로 학업·학생 모두 잡은 시골 학교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4일, 오후 07:21

[창원(경남)=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아이들이 학원에 가려면 마산 시내까지 나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삼진공부방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니 (아이들) 성적도 잡게 되고 학생도 늘게 됐죠.” 24일 마산삼진중에서 만난 채현경 교사는 국·영·수 심화 교육과정인 ‘삼진공부방’을 이같이 소개했다.

지난 1학기 삼진공부방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를 받고 있다. (사진=삼진중 제공)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소재 마산삼진중은 1947년 설립, 올해로 개교 78년이 된 유서 깊은 학교다. 마산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진 학교지만 이곳도 인구 감소의 파고를 비껴가지 못했다.

마산시는 2010년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진해시와 함께 창원시로 통합됐다. 통합 직후 창원시의 인구는 108만명에 달했지만 작년 12월 기준으로 99만 9858명으로 감소했다. 마산·창원·진해 통합 후에도 인구가 꾸준히 줄어 결국 100만 대가 붕괴된 것이다. 정광진 삼진중 교감은 “개교 이후 꾸준히 학년별 5개 학급을 유지했었는데 2014년에는 3개 학급으로 줄었다”며 10년 전 상황을 회고했다.

교사들은 학생 감소에 따른 학급 수 축소에 위기감을 느꼈다. 고민 끝에 ‘삼진공부방’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학원에 가지 않아도 방과후에 심화 교육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삼진 공부방은 교내에서 ‘CLT’(Convergence Learning and Teaching, 심화학습)로도 불린다. 정 교감은 “학교 인근에 마땅한 학원이 없기에 방과후 1~2시간 해당 교과 담당 교사들이 남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삼진중은 한 학기 2회 지필고사를 통해 상위 30명을 CLT 멤버로 선정하고 있다. 국어·영어·수학 교과별로 30명을 뽑기에 3개 과목의 멤버가 동일하진 않다. 또 매번 정기 고사로 멤버 일부가 바뀌기에 ‘CLT 참여 자격’을 얻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재학생들이 방과후 시내 학원으로 가는 불편을 해소하려고 만든 CLT가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채 교사는 “정기 평가가 끝나면 친구들에게 나 이번에 CLT에 들어가게 됐다며 자랑하는 얘기도 들었다”며 “확실히 CLT가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을 강화한 것도 삼진중과 같은 시골 학교에 도움이 됐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16학년도 대입부터 농어촌 특별전형 지원 요건을 종전 ‘3년 이상 거주’에서 ‘6년 이상 거주’로 상향했다. 중학교 입학부터 고교 졸업까지 농어촌에 거주해야 특별전형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경남교육청이 2023년부터 확대·시행한 광역학구제도 삼진중의 전교생 수가 늘어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이는 학생들이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도 인근 다른 학구 소재 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삼진중 전교생 수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도 △2023년 330명 △2024년 356명 △2025년 363명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교육부 선정 ‘2024 농어촌 참 좋은 학교’에도 선정됐다. 창원시 진전면에서 마산합포구 소재 삼진중으로 진학한 1학년 유현(13)이는 “진전면 소재 중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삼진중에 꼭 다니고 싶었다”며 “먼저 진학한 선배들이 삼진중에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고 선생님들도 학생 개개인을 밀착 지도해주신다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삼진중은 국어·영어·수학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누리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이른바 ‘수포자’, ‘영포자’가 학습 의욕을 잃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 농어촌 학교라 약 10명 정도의 다문화 학생도 재학하고 있어 문해력 등 기초학력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정 교감은 “누리 교실을 통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지도하자는 취지”라며 “참여자는 학생 당사자와 학부모 동의를 받아서 선정하는데 대부분이 학교와 교사들을 믿고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학기 방과후 밴드부 학생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삼진중 제공)
삼진중은 최근 교육부 주관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로도 선정돼 창의력 함양 교육도 펴고 있다. 채 교사는 “교사들이 학습 목표에 맞는 질문을 포함, 수업계획을 만들고 있다”며 “수업 시작 전에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수업 중 발표해 보도록 해 학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학업과는 별개로 ‘이음교실’을 통해선 학생·교사 간, 학생·학생 간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삼진중의 특징이다. 채 교사는 “학급별로 이음교실의 일환으로 사제 동행 행사를 여는데 주로 6~7월 중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학급 학생들이 1박 2일을 지내면서 담력체험, 음식 만들기, 파자마 파티, 퀴즈대회 등을 여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1학년 남다인(가명) 양은 “학교에서 1박 2일간 지내면서 서로 칭찬 카드를 교환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이후 친구들과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학교생활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삼진중 방과후학교에선 드럼·기타·탁구·축구·베드민턴 등 다양한 예체능 강좌를 운영 중이다. 인근에 이렇다 할 학원이 없어 학생들의 참여율은 높은 편이다. 정광진 교감은 “교육청의 방과후 지원금이 예년에 비해 축소돼 학교 자체 예산도 투입하고 있다”며 “농어촌 학생들이 방과후 강좌를 계속 무료로 들을 수 있게 꾸준한 예산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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