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5~6월께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과 계엄을 언급한 적이 있다"며 "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드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 책임질 건 지겠다며, 방첩사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공판에서여 전 사령관은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尹에 계엄 불가능하다 설명…무례했다 생각해 무릎 꿇어"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5~6월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피고인에게 계엄을 생각하지 말라고 무릎을 꿇은 적이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여 전 사령관은 "그 당시에 대공 수사 관련 이야기도 했고 간첩 수사 이야기도 했다"며 "대통령이 나라 걱정, 시국 걱정(에) 쉽지 않다는 공감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졌는데, 헌법이 대통령에게 보장한 '대권 조치' 같은 말도 했다. 그 와중에 계엄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가 속으로 '국군통수권자이신데 계엄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훈련이 준비돼 있고 이런 걸 모르신다'고 생각했다"며 "군이 전시든 평시든 어떤 상태인지를, 일개 사령관이지만 정확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육군 30만 명 중에 계엄에 동원될 사람이 없다. 다 전방에서 전투하기 바쁘다"며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개 사령관인데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술도 한두잔 들어가서 말한 것"이라고 무릎을 꿇게 된 상황을 전했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계엄을 한다, 안 한다' 구체적으로 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계엄에 대한 군의 훈련 준비 상태를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는 상태를 말한 것이다. 제가 반대를 할 계제도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비상계엄에 대해 반대한 것이 아니라 군의 상황을 말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여 전 사령관은 "세부적 계획을 들은 바 없고, 장군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군이 전시 계엄 훈련조차도 거의 안 하는 거랑 진배없다, 혹시 계엄령을 하는지 안 하는지 문제가 아니라 현재 상태가 문제라는 거지 구체적 상황에 반대하고 그런 게 아니다"라며 "군의 상황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서 말한 계엄 훈련은 군부대에서 실기동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사령부급 부대에서 한두시간 토의해 본 게 다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방첩사는 계엄 몰랐다…부하들에게 미안" 눈물
비상계엄을 미리 알았느냐는 질문에 여 전 사령관은 "구속된 상황에서 김 전 장관 진술조서를 봤는데 '방첩사에는 계엄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그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특검 측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보고 어떻게 상황을 파악했냐"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여 전 사령관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슬리퍼를 신고 있다가 군화로 갈아신고 지휘 통제실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전국 주요 지휘관 회의가 화상회의로 있었는데, 방첩사는 회의 연결기술자가 퇴근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끝날 때쯤 겨우 연결돼서 끝 무렵 들어가서 봤다. 전국 주요 지휘관 회의에 사령관이 참석도 못할 정도로 허술한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전에 이미 국회에 출동하고 선관위와 여론조사 꽃에 출동해 전산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특검 질문에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가 뭔가 준비하고 계획하고 사전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12월 3일에 어떻게 정상 퇴근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여 전 사령관은 "제가 비록 큰 잘못을 하고, 잘못 판단하고 책임질 건 져야 하지만, 방첩사 부하들은 억울한 사람이 많다"며 "제가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증언하면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방첩사, 4일 오후까지 명단 중 김어준을 김호중으로 알아"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의 형사사건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특검의 질문 상당 부분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석 국회의장, 한동훈 전 대표 등 이름이 적힌 메모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도 대체로 진술을 거부했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특검에 "자꾸 체포, 체포하는데 이 얘기는 꼭 해야겠다"며 "군사법원에서 수사단장, 수사조정과장 등이 와서 증언했는데 방첩사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떤 사람도 직접 체포하란 지시 들었거나 지시 했거나 실행에 옮겼다 증언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또 '소위 체포 대상자 명단과 관련해 실제 주소 등을 확인한 적 있냐'는 질문에 "명단 내용 보면 거기 김어준이 있는데 12월 4일 오후까지도 우리 방첩사 요원들은 '김호중'으로 알고 있었다"며 "군사법원 재판에서 기가 막힌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명단을 쭉 얘기하니까 수사단장이 정치에 관심 없어서 우원식이 국회의장인지도 몰랐고, 해프닝 중에 압권이 김어준이 아니라 김호중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하지만 방첩사 요원들은 4일 오후까지도 김호중 씨로 알고 있었다. 명단, 명단 얘기하는데 허술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국회를 비롯한 헌법 기관을 무력화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직권을 남용해 군인과 경찰에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봉쇄 등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이 대통령 등 주요 인사 10여 명을 체포·구금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회와 중앙선관위 등에 계엄군 투입을 지시하고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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