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담동 그 건물 '레인에비뉴'…'주식부자' 이희진 차명자산 의혹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전 11:08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가수 비(본명 정지훈)의 건물로 유명했던 청담동에 위치한 레인에비뉴가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의 차명자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식 사기로 123억원 상당을 추징당했으나 이후 코인 사기로 돈을 번 이씨가 레인에비뉴를 비롯해 압구정 내 초고가 펜트하우스를 구매하는 등 가족 또는 지인의 명의를 통해 사실상 차명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검찰은 해당 자산들을 추징보전 했다. 다만 레인에비뉴의 경우 사전에 소유권을 신탁해 놓은 탓에 차명자산 의심에도 불구하고 추징보전 대상에서 빠진 상태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 씨의 차명자산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레인에비뉴 건물. (사진=대한건축사협회)
◇장인 명의 법인으로 매입 후 신탁…차명자산 숨길 의도였나

2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청담동 레인에비뉴의 사실상 소유주는 ㈜엠유파트너스다. 레인에비뉴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건물로 가수 비가 지난 2008년 168억원에 매입해 소유한 건물로 유명세를 탔다. 유명 건축가인 고영선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해당 건물은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비는 2021년 6월 해당 건물을 약 495억원에 매각했다.

엠유파트너스의 현 등기임원은 이씨의 장인 A씨다. 2021년 3월에 설립된 엠유파트너스의 등기임원은 B씨→A씨→C씨→A씨 순으로 변경돼 왔다. 이들 모두 이씨의 가족 또는 지인들이다. 특히 C씨는 이씨의 범행 과정에서 바지사장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레인에비뉴 매입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씨디비개발에서 200억원가량이 입금됐다. 씨디비개발의 등기임원은 이씨의 장인 A씨가 유일하다. 이 사안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씨가 코인사기를 통해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레인에비뉴를 차명으로 구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이씨는 레인에비뉴는 개인들이 공동으로 투자한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와 이씨의 동생 이희문, 익명의 개인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이 건물에 투자했단 것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그 공동투자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수사기관에 밝히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소유자도 이희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담동 일대에서는 레인에비뉴의 실소유주가 이씨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담동 주민은 “레인에비뉴의 건물은 이씨의 소유가 맞고, 이씨가 수시로 드나들며 파티를 벌이고 있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 역시 “레인에비뉴의 실소유주는 이씨”라고 전했다.

현재 이 건물은 ㈜우리자산신탁에 신탁돼 있다. 엠유파트너스는 2021년 6월4일 이 건물을 매입한 뒤 같은 해 6월17일 신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씨가 차명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탁절차를 밟았다고 보고 있다. 신탁 전문 변호사는 “신탁자산의 독립성 원칙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강제집행과 추징보전으로부터 보호된다”며 “외형상 소유자가 신탁회사로 바뀌어 자산의 추적·실소유자 파악이 어려워져 전형적인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건물은 다른 자산들과 달리 추징보전이 되어 있지 않다.

피카코인 등 3개 코인 관련 사기·배임 혐의를 받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오른쪽)씨, 동생 이희문씨. (사진=뉴스1)
◇123억 추징에도 800억대 차명자산…코인사기 자금 쓰였나

이씨는 주식사기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되고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123억원을 추징당했지만, 여전히 호화 생활을 누리면서 곳곳에 차명자산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압구정 내 초호화 펜트하우스로 알려진 PH129를 소유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실소유주가 이씨라고 지목된 해당 펜트하우스는 332.88㎡(약 100평) 규모로 현재 매매 호가는 175억원에 달한다. 해당 호수의 등기부등본상 소유주는 ㈜영혜이며, 등기임원은 애초 D씨에서 현재는 이씨의 장인 A씨다. D씨는 이씨의 운전기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씨는 이곳에서 거주하기도 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이 건물에 대해 270억원 금액으로 추징보전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인 상태다.

이와 더불어 이씨는 제주도 서귀포 JW메리어트 레지던스, 청담동 네이처포엠 오피스텔, 경기도 가평 북한강 수변에 위치한 별장 등 다수의 고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동산 모두 겉으로는 이씨 소유가 아니지만, 이희문·장인·이씨의 아내·지인 등이 등기임원 또는 지분을 소유한 법인 형태를 띠고 있다. 앞서 레인에비뉴, PH129와 비슷한 형식이다. 이밖에도 이씨는 13억원 상당의 골프회원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산들 역시 검찰이 추징보전을 해놓은 상태다. 이씨가 조성한 차명자산만 8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데일리는 차명자산 의혹에 대해 이씨 변호인단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이씨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피카코인 등 ‘스캠코인’ 3개 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 과장 홍보 등 시세조종으로 투자자들에게 약 897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2023년 기소됐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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