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공개한 구더기 아내가 발견된 장소. (JTBC 뉴스 갈무리)
육군 부사관 남편이 아픈 아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유족 측이 사건이 벌어진 장소 일부를 공개하며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을 리 없다"고 분노했다.
26일 JTBC 뉴스는 숨진 여성 A 씨의 친언니를 직접 만나 발견 당시 상황과 구조됐을 때 모습, 이에 대한 남편 B 씨의 변명 등을 전해 들었다.
119가 찍은 사진에서 A 씨는 오물과 뒤섞여 1인용 소파에 버려지듯 기대어 있었다. 시커먼 다리는 펴지 못할 정도로 굳어 있었고, 옆에 있던 침대에는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언니는 "(A 씨 발견 당시) 변 덩어리들도 이렇게 있었고. 바닥은 시커멓고. 변이 눌어붙어 있었다"라며 "진짜 '사람이 썩었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종아리는 딱딱하게 썩어들어갔다. 패일 정도로 썩었다. 구더기도 있었고, 오른쪽 겨드랑이엔 구멍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숨진 아내 A 씨(왼쪽)와 육군 부사관 남편 B 씨. (JTBC 뉴스 갈무리)
그러나 B 씨는 같은 집에 처참히 방치된 아내 A 씨가 그토록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 언니에 따르면, B 씨는 "음료수 쏟은 건 줄만 알았다. 냄새는 아내가 머리 아플 정도로 페브리즈를 뿌리고 인센스 스틱을 피워서 몰랐다"고 말했다.
또 B 씨는 종종 처가에 전화해 공황장애 아내를 '잘 돌보고 있다'며 근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언니는 "B 씨가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했다. 월요일에 응급실에 갔는데 그 전날인 일요일에도 전화해서 '지금 ○○(A 씨)가 수프 먹고 싶다고 해서 수프 사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B 씨는 이런 상황을 감추려는 듯 가족들이 집에 찾아가겠다고 하면 "아내가 공황장애 때문에 심각한 대인기피증이 있다", "사람이 집에 오면 죽겠다고 한다", "이 고비만 넘기면 다 이겨낼 수 있다" 등의 말과 메시지로 만남을 막았다고 한다.
B 씨가 A 씨 유족에게 보냈던 메시지. (JTBC 뉴스 갈무리)
A 씨 언니는 "동생이 정신과를 갔다거나 이런 건 없다. 마지막으로 병원 간 것도 2024년 6월 1일이다. 그니까 병원에 간 적도 거의 없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17일 오전 8시 18분쯤 B 씨는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씨의 전신은 구더기가 생길 만큼 오물에 오염됐고, 다리 부위에는 욕창이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이송 중 A 씨는 한차례 심정지 증상을 보이다 다음 날 결국 사망했다. 이후 병원 측은 심정지 상태로 온 A 씨가 욕창 등으로 방임이 의심된다며 남편 B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 씨를 중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B 씨는 A 씨가 지난 8월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몸에 욕창이 생겼는데도 약 3개월간 병원 치료나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 육군수사단은 B 씨를 구속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족들은 "단순 유기가 아니라 사실상 방치에 의한 살인"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sb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