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 번번이 무산됐던 '법원행정처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법관 인사·예산 권한을 외부 인사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사법행정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사법행정 정상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법원행정처 폐지 △전관예우 근절 △법관 징계 실질화 △판사회의 실질화 등 사법개혁안을 공개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외부 인사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사법행정위는 법원 인사·징계·예산·회계 등 사법행정 사무처리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설계됐다.
민주당 구상에 따르면 사법행정위는 장관급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총 13명이며 이 중 9명은 비법관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과 사무처장·차장 등 직책에서도 법관을 배제한다.
위원장 임명 방식은 사법부 외부 위원 중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안과 대법원장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안 2가지로 열어뒀다.
이 같은 개혁안은 곧 '제왕적 사법 권력'으로 지목된 대법원장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희대 대법원장. 2025.10.2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법원행정처 폐지는 앞서 지난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격화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판사 성향을 파악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법원 안팎에서 존폐에 관한 목소리가 거세졌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기구의 구조와 권한 등을 설계하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개혁은 번번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2017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법관 인사·징계권, 법원 예산 수립·집행 등 주요 권한을 갖는 '사법평의회' 신설안을 내놨으나, 대법원은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8년 12월 대법원은 국회에 '사법행정회의'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원 사무처 신설 등을 담은 법률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대법원이 구상한 사법행정회의는 대법원장과 법관·비법관 각각 5명씩 총 11명으로 구성돼 중요 사무를 심의·의결하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국회 설득은 물론 사법부 내부에서도 반발이 잇따르면서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사법농단 폭로의 시발점이었던 판사 출신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법관 인사와 행정을 전담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에서 검토 대상으로 꺼내든 안이기도 하다.
이 전 의원이 제안한 안은 위원의 3분의 2를 변호사와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법안을 가로막은 건 위헌 시비였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를 근거로 사법권에 사법행정권도 포함한다는 입장을 냈다. 또 헌법 제104조에서 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정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 단장이 25일 사법불신 극복과 사법행정 정상화를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민주당은 이번 개혁안에 관해 "법관의 임명·보직·평정 등 법관 인사권은 사법행정위 심의·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해 헌법 제104조의 취지를 충분히 존중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현직 고법 판사는 "법관 인사에 사법행정위 심의·의결을 거친다는 건 결국 외부 인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나"라며 "여당에서 특정 재판부 교체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사법행정위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김주현 대한변호사협회 정책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법원장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법원 시스템은 법관의 관료화와 법원의 관료적 조직문화를 야기했고 이는 사법농단 사태의 원인이 됐다"며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분산 측면에서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 설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헌 소지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사법행정위원장 임명 방식 1·2안을 제시했는데 위원장 임명에 법원이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권 침해 위헌 논란을 적절히 불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