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을 유린한 자들, 엄히 다스려야[기자수첩]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후 04:35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법정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사가 법정에서 난동을 피우고 감치 명령을 받은 사건이 논란이 된 가운데 사법부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법원행정처는 25일 권우현·이하상 변호사를 법정 모욕,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형사 고발했다.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 행위로 재판을 방해하고 법관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을 통해 재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사법부의 결단은 당연한 조치다. 김 전 장관 변호인들 행태를 돌이켜보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은 15일간의 감치 명령을 받았으나 ‘인적사항 미확인’이라는 이유로 유유히 석방된 후 유튜브에 출연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를 향해 “이 X의 XX 죽었어” “뭣도 아닌 XX” 등이라며 노골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법정 모욕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무된 듯 사법부를 정면으로 조롱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들은 이날 이 부장판사와 좌·우 배석판사,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총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감치 결정으로 본인들이 정신적 피해와 업무 손실을 입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나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행태가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부장판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재판장을 욕하고 고발해도 문제가 없다면, 법정 질서는 ‘바람 앞의 등잔불’일 것이다.

변호인의 방어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방어권이 진리를 가리고 정의를 세우는 신성한 공간인 법정을 정치 무대로 만들고, 재판장을 모욕하며 사법부 전체를 위협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만, 법의 권위에 도전하고 사법부를 농락하는 자들에게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국가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공정한 재판뿐 아니라 법정 질서를 지키는 단호함에서도 나온다. 법원행정처가 “향후 유사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 같이 이번 조치가 실효성 있는 제재로 이어져 법정의 존엄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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