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복종 의무' 76년만에 사라진다…위법 지휘 거부 가능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후 04:45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76년간 이어진 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사라진다.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당시 도입된 ‘공무원의 복종 의무’는 여러 차례 개정에도 행정 조직의 효율적·통일적 운영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금껏 유지됐다.

하지만 상관의 명령이 부당해도 명령을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이어졌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이런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후 인사처와 행안부는 ‘복종 의무’ 조항을 순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공무원법 57조 등의 ‘복종의 의무’ 표현이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 등으로 바뀐다. 또 구체적 직무 수행과 관련한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 의견제시·이행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아울러 56조의 ‘성실의무’를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변경하고,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인사처는 “개정안은 공무원이 명령과 복종의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해 나가도록 하는 한편,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선 이행을 거부하고 법령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해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국회 논의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개정안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 기준을 기존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상향하고, 난임 휴직을 별도의 휴직 사유로 신설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허용토록 했다. 또 스토킹·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비위 혐의자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징계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동석 처장은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은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질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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