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 국민연금…손실 위험 감수할까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후 05:28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4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포함된 이유는 단연 자본시장 내 ‘큰손’ 규모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25일 국민연금이 남인순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민연금 투자금은 1269조 1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99.5%를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투자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금펀드, 일본 공적연금 운용펀등과 함께 세계 큰 손 ‘빅3’로 꼽힐 정도로 큰 규모다.

국민연금은 해외에 56.7%를, 국내에 42.8%를 투자하고 있다. 기금자산별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해외 주식에 35.2%를, 해외 채권에 7.1%를, 대체투자에 14.4%를 투입한 상태다. 해외자산 규모만 718조원에 이른다.

자료=남인순 의원실
이에 외환당국은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으면 원화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환헤지(위험 회피)다.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기준보다 환율이 올라가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선물환(특정일에 사전에 약정한 환율로 매수·매도하는 거래)을 통해 매도하는 방법이다.

달러를 매도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환율 상승기에는 환차익을 얻을 수 없어 수익성에 불리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환율 급등 시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를 위한 구원 투수로 동원되면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지난해 계엄 사태 이후 폭락한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환헤지(위험 회피)에 나섰다가 1조 423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보고가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서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의 해외투자가 42조원(누적 순매수) 역대급으로 늘어난데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역시 817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환율 안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거라는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2025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 7976억달러(약 4132조원)다. 국민연금이 가지 해외 자산은 17.3%에 그치는 것이다.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대외금융자산 중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는 60%에 이르기도 했지만, 기업과 개인의 해외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급등 국면에서 국민연금이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연금도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개인(서학개미)과 기업·기관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민연금의 비중이 예전만큼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민연금의 규모 자체는 여전히 막대하다”며 “외환당국이 요구하는 역할을 국민연금이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기금운용 규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과정에서 필요한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남 연구위원은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계속 매입하는 대신, 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달러 PC 채권)을 직접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외환 조달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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