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7시험장인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와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이번 수능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국어 영역 3번 문항과 17번 문항이다. 이 중 3번 문항은 제시된 지문을 읽고 틀린 선택지를 찾는 문제다. 해당 지문은 필립 고프 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명예교수가 제시한 독해 능력 이론인 ‘단순 관점’을 다뤘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갑은 학생 B가 단어를 올바르게 발음하지는 못하지만, 글 읽기 경험을 통해 중심 내용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겠군’이라는 내용의 4번 선택지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제시된 지문이 고프 전 교수의 이론과 맞지 않는다며 해당 문항의 3번 선택지도 틀린 내용이어서 정답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술적으로 보면 3번과 4번 모두 정답이 된다는 뜻이다. 평가원은 이의신청 기간 동안 이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없었지만 추가로 외부 자문을 거쳐 지문과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국어 17번 문항에서는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문항은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지문을 바탕으로 갑과 을의 견해 중 옳은 것을 찾는 문제다. 갑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재현된 의식은 신체가 결여됐기 때문에 본래 자신과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이다. 3번 선택지는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란 내용이다.
이충형 포항공대 철학과 교수는 3번 선택지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캔 프로그램으로 의식이 재현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갑의 입장도 옳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원은 지문을 토대로 보면 3번 선택지가 정답이라며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평가원이 교수의 이의 제기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지문에 맞게 정답을 고르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평가원은 국어 3번에 대해 “해당 지문은 단순 관점 이론을 수능 국어 시험의 상황을 고려하여 제시한 것”이라며 “지문의 언어 이해에 관한 내용은 단순 관점 이론에 부합하기에 정답을 4번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