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법원의 재판지연 문제는 심각하다. 전국 법원 통계에 따르면 1심 민사합의부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이 2018년 약 305일 수준에서 2024년 약 473.4일로 약 55% 증가했다. 특히 접수부터 첫 재판기일 지정까지 평균 170일이 넘게 소요되고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도 평균 49.7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법원의 재판지연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리고 판사 수나 재판 절차 시스템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에 판사의 태도만을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판사들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선고기일을 잡아놓고도 선고기일 직전, 심지어 선고기일 전날 갑작스럽게 선고기일을 연기하는 사례가 예전에 비해 빈번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심지어 선고기일 연기가 여러 차례나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단순히 사건 처리 절차가 길어진 문제가 아니다. 판사 스스로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선고를 코앞에 두고 돌연 연기하는 것은 오직 법원의 판단을 노심초사 기다리며 일상을 멈춘 당사자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결국 이런 모습을 접한 당사자들은 자신의 사건이 충분한 심리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과 회의감을 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법에 대한 국민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신뢰가 흔들리는 지점은 법원만이 아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책임 공방과 혼선을 빚는 모습 역시 검찰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항소 포기가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검찰 조직이 책임 있는 결론을 일관되게 도출하지 못하고 내부 혼선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시각에서는 신뢰 상실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소청 설치, 보완수사권 문제 등 국민의 권익과 직결된 중요한 논의가 산적한 상황에서 검찰 내부 불협화음이 커지자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 직역에서도 우려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재판부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재판부를 두고 욕설을 하거나 조롱하는 언행을 보인 일은 과연 변호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 같은 행위를 일부 변호사의 돌출 행동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호사들의 모습이 보도되고 회자하는 것만으로도 변호사 사회 전체의 전문성과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법관 증원이나 재판 소원, 공소청 설치와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 등 법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할 중요한 국면에 놓여 있다. 이럴 때 법률가 집단 내부에서조차 혼선과 불협화음이 커지는 모습은 국민에게 불안과 회의를 안겨줄 뿐이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것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무너지면 법은 본래의 기능을 잃는다.
법은 사회의 양심이다. 그리고 그 양심의 얼굴을 만드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 바로 우리 법률가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가들의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성찰이다. 법률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법률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갖추는 일, 그것이야말로 흔들리는 사법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