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2024.12.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래 4년 만에 현직 지휘부가 모두 법정에 서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이 직접 나서서 본인들을 둘러싼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과 이들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지난 4개월여에 걸친 공수처 관련 의혹 사건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오 처장과 이 차장,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를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수사를 방해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와 같은 혐의를 받으면서 국회 위증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받는 송 전 부장검사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이들의 기소 여부는 이르면 이날 결정될 전망이다.
'송창진 위증' 특검 이첩부터 석연치 않았던 공수처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공수처 차장 직무를 대리할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혀 국회로부터 같은해 8월 고발당했다.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 임용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 전 대표를 변호한 이력이 있고, 수사 상황을 보고 받는 위치에 있던 만큼 해당 증언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범인도피 의혹 등 특검 수사대상 사건을 이첩한 시점은 지난 6월 30일이다.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은 당시 이첩되지 않았고 지난 7월 22일에야 특검에 넘어갔다.
이 차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특검에 파견된 공수처 검사들을 통해 (송 전 부장검사 위증 사건을) 이첩받을지 의사를 타진했었다"면서 "처음에는 수사 범위가 아닌 것 같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받아서 안 보낸 것이지 일부러 안 보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특검 관계자는 "공수처의 일방 주장"이라며 "중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수사를 안 한다고 결정한 적은 없었다"고 받아쳤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배당 이틀 만에 '송창진 무죄' 보고…가려진 "공수처장 상의했다" 문구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국회의 고발 사건은 공수처 접수 이틀 만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첫 보고가 이뤄졌다.
공수처에 따르면 박 전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 고발 사건을 본인에게 배당했고 지난해 8월 21일 '신속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이 차장은 해당 내용을 오 처장에게 구두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다는 내용과 함께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하는 방안 △국회에 대한공수처장의유감 표명 △추측성 고발을 한 국회의원에 대한 무고죄 인지 여부 검토 △국회 청문회 적법성 관련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결정 이후 사건 검토 및 처분 등의 대응방안이 담겼다.
박 전 부장검사는 같은해 10월 28일 신속검토보고서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긴 '수사상황보고'를 작성했는데 여기엔 "처·차장 상의 하에 지휘부 지침에 따랐다"고 기재했다. 오 처장 및 이 차장과 상의를 거쳐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다는 취지의 수사보고가 이뤄졌다고 적은 셈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부장검사가 작성한 수사상황보고 문건은 '처·차장과의 상의를 거쳤다'는 내용이 가려진 채 특검에 이첩됐고, 이후 특검의 요구에 따라 원문을 다시 제출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박석일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장검사. 2025.10.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제 식구 내치기"였다지만…사건 처리 의지 있었는지 의심은 여전
공수처법 제25조 1항은 공수처장이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의무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지휘부가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을 방치하는 수준을 넘어 고의로 수사를 끌어 '제 식구 감싸기'를 했고, 일련의 과정에 오 처장과 이 차장의 암묵적 동의가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처·차장이 무죄 취지 수사 보고를 승인·결재하지 않았고, 검토보고 외에 구체적 처분 건의·결재 상신도 없어 대검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외압 의혹 수사팀과 무관한 수사부에 배당하는 등 공정성을 고려하는 한편, 박 전 부장검사의 면직에 따라 부장검사·주임검사 공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 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건 처리 과정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제 식구 내치기'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공수처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정이었다"고 항변했다.
특검팀은 박 전 부장검사 사직 이후 사건을 재배당하고, 해당 사건을 처·차장이 직접 보고받는 방식, 공수처 검사의 직을 겸하는 이 차장이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등 적극적인 사건 처리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도 주목해 공수처 지휘부가 송 전 부장검사 사건 처분에 소극적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은 이 차장이 쥐고 있던 시기도 있었고, 박 전 부장검사 면직 이후엔 수사부서 평검사에게 배당되는 등 사건 처리를 위해 다른 방향을 모색할 여지는 존재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미 배당된 사건에 대해 사건 배당 부서의 부장검사 승인이나 동의 없이 재배당하는 것은 적법절차, 조직 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1부장검사(왼쪽)와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장검사. 2025.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수사외압 수사방해 의혹' 영장 기각…기소 후 법정 공방
한편 지난해 공수처 처·장 직무를 대행한 김·송 전 부장검사와 관련한 수사방해 의혹은 법정에서 지난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수사외압 의혹 수사팀에 22대 총선 전 의혹 관련자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송 전 부장검사의 경우 부당하게 수사팀의 통신영장 청구를 막으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반면 김 전 부장검사는 의혹 전반을 부인하며 특검이 일부 수사팀의 허위 진술을 채택했다고 맞서고 있다. 송 전 부장검사 역시 영장 청구 과정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재검토를 요청했을 뿐 영장 청구 자체를 막을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지난 17일 두 전직 부장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하고 범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과 10월 압수수색에서 공수처 내부 메신저 내역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goldenseagull@news1.kr









